Identity

메일을 정리하다보니 이런 글도..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글쓴이: Cestlavie (이방인) [writers/BlueEyes]
날 짜: 2002년 10월 31일 목요일 01:10:38
제 목: Identity
하루만에 지하철을 2시간 가량 탔더니 나타나는 증세인가보다.
오묘한 원리로 지하철역으로 모여드는 엄청난 인파들을 질리게 보다보니,
이 삭막하기 그지없는 도시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내기란 정말로
힘든 일인 것 같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 지속되어야 이유는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내는 행위이기
때문이어야 한다. 사실상 ‘창조’라는 단어를 쉽게 쓸만큼 우리들은
(적어도 난) 창조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진취성과 창조성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하여, 우리는 일생동안 자신도 감당못할 ‘생산’을 한다.
그 중 2/3 정도는 쓰레기이고, 1/3 정도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해주기도 한다.
몇몇 안되는 창조물을 위한 희생이다.
인간은 그 홀로 있을 때에도 창조적일 수 있다. 창조성과 아이덴티티의 도식을
가볍게 받아들인다면, 창조적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것이 분리된 상태에서도
창조성을 유지하는가의 여부가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의 궁극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24년동안의 궤적이 무색할
정도로 난 창조적이지 못하고 여느 사람과 거의 다른 점이 없어서
인파속의 나를 스스로도 구분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유치하기 그지없는 매일의
고심과 엄청나게 적체되어 먼지에 쌓여 빛나고 있는 위대한 창조물들의 연구와
습득은 24년의 궤적을 이어가는 같은 방향의 행로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존재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만
나의 걸음을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의 걸음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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