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 이야기

간단한 이야기로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설명해보자.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A와 B 이야기”는 나와 대화할 때 항상 쓰이는 일종의 메타포가 되어, 대화와 이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몇몇은 이미 이 메타포를 나와의 대화중에 들었으리라고 본다.)

합리적인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규칙을 가진 사회 U를 가정해보자. 이 사회는 두 부류의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는데,  A는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 B는 규칙을 잘 안지키는 사람이라고 해보자.  이 때, B는 규칙을 안 지킴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얻을 기회가 많다고 가정하자. (일반적인 모든 규칙이 아니라,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규칙 a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이러한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A로 이루어진 사회의 이익이, A와 B가 섞여있거나, B로만 이루어진 사회의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규칙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사회가 A와 B를 구분할 방법이 없는 경우, 당연히 B는 항상 규칙을 어김으로써 항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 이러한 방법을 발견해내지 못하는 사회는 다른 사회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사회는 항상 A와 B를 구분해내고, 합당한 정도의 처벌을 B에게 가해야한다. 이 처벌의 정도는 항상 B가 규칙을 어김으로써 얻는 (확률)이익의 크기보다 커야할 것이다.

하지만, 개체의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A와 B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사회 U의 합리적인 구성원들은 항상 자신의 이익이 가장 크게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개체 이익의 최대화는 진화론에서 빌려온 “개체가 추구하는” 가치(진화론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이다. 이러한 이야기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사회는 A와 B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려고 노력하지만, 개체의 입장에서는 ‘이익’만이 중요할 뿐, 규칙을 지키느냐 안지키느냐의 가치는 전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규칙’이라는 사회의 가치는 사회가 부여하는 모든 가치로 대체해도 그대로 ‘A와 B의 이야기’에 적용될 수 있다. 법률, 도덕, 관습은 ‘규칙’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종교나 과학 같은 것은 규칙으로 해석하기에 직관적이지 않지만, 역시 사회가 부여하는 가치의 일종이다.

이러한 사상은 전근대를 벗어나면서 계몽주의자들이 열심히 제창했던 얘기와 다를 바가 거의 (몇몇 사변적 장치만 제외하고는) 없다.  몇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단순한 ‘A와 B의 이야기’를 자신의 주변이야기로 생각하지 못한다.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전근대적 사람들이 득실대는 것이다.

<인간의 굴레에서 Of Human Bondage>의 주인공인 필립은 이러한 생각을 자신의 ‘행동원칙’으로 삼는다. 이는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것이지 신기해하거나 의아해할 일이 아니다. 인류가 인간의 본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에 벗어나는 어떤 것을 강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 팀, 회사의 이익을 취하기는 힘들 것이다. 합리적인 행동에 대해 “저 사람 왜 저래? 미친 거 아냐?” 같은 반응을 보면 짜증스럽다.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라고 한다면, 나는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인류는 어떤 가치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취한다면,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결론이 내려진다. 나의 가치관은 ‘가치’는 없다는 것이다. 즉, 모든 것에는 가치가 없다. 내가 살아있는 것은 ‘사실’일 뿐이지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다. 걸어다니는 기계일 뿐이기 때문에, ‘이익’을 취하는 기본 동작 방식-본능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  ‘가상적’인 가치를 세워놓는 것은 매우 편리하다. 예를 들어, “부자가 되기” 라든가, “세계 평화에 기여” 같은 것 말이다. 실제로 내가 어떤 ‘가상적인’ 가치/목표를 세워놓았는지는 다음에 써보도록 하겠다.

당신의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한번씩 대답해보길 바란다. (난 포스트모던시대의 계몽주의자인가? 😉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Edward O. Wilson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 On Human Nature>를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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