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싸이 홈피 리뉴얼

혹자는 철지난 싸이 홈피를 뭐하러 리뉴얼 하냐고 하지만, 아직도 나름대로 싸이는 인맥의 중심지인 것 같다. 랜덤 홈피 방문을 해보면서 실제로 사용자들이 싸이 홈피를 식상해하는 건 사실인 것 같긴 한데, 여러 동문 친구들이 싸이 홈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용적인 가치는 있으니까. 최근의 사진들을 좀 올리고, 남아있는 도토리를 사용해서 스킨이랑 플레이룸 등을 다듬었다.

아바타: 사용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인가?

싸이홈피든 세이홈피든, 미니룸/플레이룸(이하, 플레이룸)과 같은 것은 나같은 사람에겐 쓸데도 없고, 이중적인 관리 노력만 든다. 대체 왜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플레이룸이니 미니미니 등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않은지 모르겠다. (이것이 내가 따로 블로그를 차린 중요한 이유 중 하나겠지만.) 떡하니, 빈 공간이 들어차있으면, 단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담감이란.

아바타 = 가짜 아이덴티티

이런 서비스의 사용자는 “자신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는데” 관심이 있다.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누구인가를 홈피를 통해서 살펴본다. 그런 욕구를 가진 사용자는, 자신은 가능한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하고, 다른 사람은 그 매력이 진짜인지를 확인하려할 것이다. 일종의 게임이다. 당연하게도, 가짜 아이덴티티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들은 학습을 하게된다 – 가짜 아이덴티티에 속아도 보고, 실망도 해봤을 것이다. 물론, “진짜 아이덴티티”란게 있다는 철학적인 주장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러한 서비스에서 아이덴티티의 요건은 적어도 “가짜”라고 느끼기 힘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아바타 – 홈피/플레이룸도 일종의 아바타다 – 는 거의 신뢰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생각해보라, 맥주 광고에는 늘씬한 미녀가 나와서 당신의 성감을 자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노트북이나 아파트 광고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가 노트북이나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설득을 해야한다. (물론, 비이성적인 면과 결합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즉, 중요한 제품일 수록 소비자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따라, 즉 그 관계가 시간 때우기용이냐, 평생 지기냐에 따라, 사용자들의 자기 홍보 전략은 달라져야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어떠한 자신의 홍보 전략을 최대한 표출할 수 있는가는, 당연히 서비스에 달려있다. 서비스를 오래 유지하고 성공하기 위한 원동력은 당연히 시간 때우기용 관계가 아니다. 인간 관계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용자들에게 최대한의 편이를 제공해 주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진짜 아이덴티티”라는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 아바타 서비스는 커뮤너티계의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는 것 아닐까?

플레이룸(아바타)의 다른 효과들

물론, 플레이룸에도 어느 정도의 “아이덴티티”의 효과라든지 게임성의 효과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약간의 “아이덴티티”의 효과란 것은 바로, 누군가는 예쁜 플레이룸을 만들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 모든 사람이 플레이룸을 꾸미도록 강제되어야 하는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글을 사용하는 사람은 일기를 쓸 테고,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하는 사람은 갤러리를 추가할텐데, 어째서 플레이룸만 mandatory냐 말이다. 어떤 기획자는 서비스의 충분한 노출을 위한 의도였다고 주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mandatory로 해서만 성공시킬 수 있는 서비스라면, 과감히 버리는 게 오히려 옳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지 말라는 단순한 법칙이다.

게임성의 효과도 물론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일종의 펫처럼 꾸미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여기에서 재미를 느낄 것인가? 홈피의 1/4 정도의 공간을 차지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플레이룸”이란 이름이 나타내듯이, 현실 세계로부터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즉,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플레이) 어느 정도 사적인 공간(룸)인 것이다. 특히, 세이홈피의 그것에서는 이러한 면이 크게 강조되어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세계의 행위를 반영하기에, 인터페이스가 너무 조잡하고 불편해서, “현실세계의 반영”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여기에는 극복하기 힘든 기술적인 제약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바타를 강조하는 한국의 커뮤너티 서비스들

한국의 커뮤너티 서비스들은 한결 같이 아바타를 강조한다. 아바타가 없는 커뮤너티 서비스를 본 적이 없다.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진 나는 왜 그러는 지 이해할 수 없다. 단기적인 이익을 노린 상술인가, 사용자의 욕구를 조정할 수 있다는 오만인가. 단순히, 그냥 따라했을 뿐인가? 서비스의 철학은 어디로 갔는가?

블로그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아바타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진짜 아이덴티티”를 표출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너무 결과론적인가? 글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자신은 분명히 그런 욕구를 지녔었기 때문이다.

한번도 아바타에 관한 기획이나 전략을 세워본 적도 없고, 적절한 이론적 베이스도 없는 나로서는, 분명 내 주장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적인 코멘트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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