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Episode 3: Revenge of the Sith

스타워즈와 같은 흥행예상작들을 개봉일 근처에 보기는 힘들다. 금방 매진이 되어버리고, 설령 표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리가 그다지 좋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나는 좋은 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실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은 개봉 후 2-3주 후에나 보는 편이다. 그래서 난 개봉일을 가상적으로 늦출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시간 왜곡 드라이브를 가동중이엇는데, 마침 여자 친구에게 열받은 친구 녀석이 보여준다고 해서 좋다거니 따라나섰다. 대전 CGV 5관이었고, 지난 목요일 심야 23시 30분 프로였는데도,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자리는 역시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친구의 성의를 무시하고 나와버릴 만큼 나쁜 것도 아니어서 다음번에 한번 더 보면 되겠거니 하고 참고 봤다.

스타워즈 팬은 아니더라도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불리기도 싫다), 어느 정도 스타워즈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3편의 스토리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3편에서 기대한 것은, (2편에서 이미 예고한) 우주에서의 함대 전투, 사건의 세부적인 전개 상황과, 다쓰 베이더의 탄생 장면이었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것은 분리주의자들과 공화국의 우주 함대전이다. 기본적으로는 오비완과 아나킨의 침투 장면이지만, 그 배경을 장식하는 함대전은 그야말로 시리즈 중 최고의 비주얼을 선보였다. 다시 한번 스타워즈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비주얼에 집중해서 봐야할 듯하다.

한편, 제다이 원탁 회의에서 염려하고 있었듯이, 아나킨은 팰퍼틴 의장에 의해 다크 사이드의 유혹을 지속적으로 조금씩 받고 있었고, 거기에 파드메의 죽음에 대한 예견이 더해져 자신의 선택에 대해 조금씩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아나킨의 변절 장면에서도 아나킨은 어느 쪽을 결정했다기보다는 흔들리고 있는 처지였다. 주어진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아나킨의 결정을 요구했고, 그는 (결과적으로) 윈두를 죽인 후 외친다. "What I’ve done!". 그 한순간의 결정에 따른 상황의 변화가 아나킨의 미래를 지배해버렸다. (마치, 약혼자를 죽일 계획으로 약혼자를 데리고 차를 몰고 있었으나, 아직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도중, 의도치 않은 자동차 사고가 나고 약혼자는 죽어버렸다는 식.) 그 순간에 아나킨은 팰퍼틴을 죽이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자연주의(naturalism)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 하지만, 이 장면에서 아나킨이 몇초 가량 괴로워하다가 바로 팰퍼틴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다만 아나킨이 약삭빨라서인가.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라이트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아나킨의 캐릭터의 설정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설득력있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텐데, 아나킨의 심리를 보여주는 방식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다쓰 베이더의 탄생 장면은 그야말로 팬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었을테다. 어디서든 다쓰 베이더의 그 숨소리만 들려도 팬들은 즐거워할텐데, 그 첫번째 숨소리라니! 다쓰 베이터의 탄생 장면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이 영화는 바로 다쓰 베이더의 탄생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다쓰 베이터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스토리를 짧은 시간 내에 담으려고 허겁지겁 스토리를 진행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의 진실성이나 매력이 와닿지 않았고, 그것은 캐릭터의 감정이나 심리를 표현하는데 충분한 장면을 할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몇 장면을 꼽아보자면, 일단 방금 얘기했던대로 아나킨의 변절 장면에서의 아나킨의 급격한 심리 변화는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아나킨과 오비완의 결투 장면에서도, 싸움을 하면서 나눈 몇마디 대화가 아나킨과 오비완의 심정을 포용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도 너무나 허술하지 않은가.) 후일의 영웅이 될 쌍둥이들을 출산하는 파드메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출력이 모자란 것인지 연기력이 모자란 것인지.

덧붙여, 그리버스라는 캐릭터도 반동 캐릭터로서는 너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전투를 좀 잘하는 드로이드일 뿐 그 이상의 매력은 없었다. C3PO나 R2D2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라든가 인간이면서도 제다이와 대결이 가능한 장고펫 같은 캐릭터와는 대조적이다.

한 마디로 이번 영화를 평하자면, 친구에게도 얘기했듯이, 비주얼은 역대 최고, 드라마는 역대 최악이다.

4 thoughts to “Star Wars Episode 3: Revenge of the Sith”

  1. 루카스는 SF적 요소에 강하지 드라마는 매번 최악의 평을 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에피소드 1, 2에 비해 3편이 훨씬 보기 수월하더군요. 스토리엔 애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갈등’이라는 요소가 들어간 정도에 만족을 했고요, 액션신이 맘에 들었습니다. 최고의 신이라 생각하는 건 오비완 vs 아나킨, 황제 vs 요다 의 엇갈리는 대결 신이라 생각하고요, 최악의 신은 파멜라의 어이없는 죽음. 였습니다. (대체 왜 죽은거야?) 스토리상으로는 이후 3부작과 큰 모순점 없이 잘 연결되기 때문에 불만 없습니다. 그냥 편한 기분으로 보면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영화 같습니다.

  2. 반면에 스필버그는 SFX적인 요소에 정말 취약하다고 하더군요. 그와 일했던 사람들은 그의 영화에 비해서 실제 그가 그토록 SFX에 무지하다는 것에 놀란다고 하더군요. 조지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같이 일하는 환경을 좋아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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