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 (2005)

영웅의 성장기

스파이더맨처럼 배트맨 비긴즈도 영웅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스파이더맨은 영화 내에서 힘을 가지고도 개인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성격(A)으로부터 그 힘을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성격(B)으로 변화한다. 무려 여자친구도 버리고 말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한 이러한 성격의 변화가 바로 스파이더맨에 나타나는 성장 플롯의 일부다. 스파이더맨 복장이나 여자친구와의 관계같은 부수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좋다. 정신적인 면에서의 성장은 A->B의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 사람들은 성장 플롯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영웅들의 본 스토리는 아무래도 선악의 대결 구도이지 않는가. 사실, 스파이더맨의 성공은 이런 선악 대결 구도에 지루해하기 시작한 관객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배트맨 비긴즈도 스파이더맨을 본받아 성장 얘기를 하고 싶었나보다. 그런데 문제는 배트맨 비긴즈가 좀 멀리 갔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어린 배트맨 – 브루스 웨인은 부모님의 피살 당시 무력함에 죄의식을 가진다(A). 청년 브루스 웨인은 모든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고 복수를 시도한다(B). 고담 시티의 갱 두목 팔코니를 찾아갔다가 ‘넌 우리 세계를 몰라’하고 핀잔을 받은 웨인은 범죄자 집단으로 숨어들어서 그들의 생리를 배운다(C). 듀커드(리암 니슨)와 라스 알굴을 만난 웨인은 무술과 함께 범죄자에 대한 그들의 생각 또한 전수받는다(D). (듀커드의 대사를 듣고 이것들이 이제 대놓고 맛가는구나하고 생각했었다. 헐리우드의 기본 사상을 잠시 망각했었던 것.) 하지만, 웨인은 무술들만 쏙 배우고 나서는 그들의 생각을 거부하고 고담시티를 구하기 위한 영웅으로 귀환한다(E). 이 후는? 스파이더맨과 똑같다.

배트맨의 성격은 A->B->C->D->E의 복잡한 변화를 거친다.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다. 배트맨 비긴즈가 다른 영웅 성장기와 다른 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과연 이 영화가 흥행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을 정도니까. 이유는? 물론 관객들은 복잡한 걸 싫어하니까. 이런 영화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관객들의 수준이 좀 높아졌다는 걸 의미하는걸까? 아니면 제작사를 설득할 수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역량인가?

배트맨은 아메리칸 닌자

역시 미국인들에게 ‘동양’의 국적은 죄다 일본인가보다. 티벳 고원(?)을 배경으로한 닌자 훈련이라. 원래부터 배트맨은 표창과 줄타기 등의 닌자 기술을 사용하는 영웅이긴 하다. 라스 알굴 일당이 국제 조직이다보니 무술이나 언어, 본거지도 국제화되어 있다고 억지로 봐주는 것도 가능하긴 할 것 같다.

리암 니슨이 듀커드로 나올 때는 “음, 제다이 마스터가 여기에. 그럼 배트맨은 마스터를 배신하고 다크 사이드에 넘어간 파다완?”이라고 생각했다. 제다이도 역시 사무라이와 도제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리암 니슨을 배트맨의 스승으로 캐스팅한 것은 묘한 어울림이 있다.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찬 베일은 역대 배트맨 중 가장 예쁜 배트맨이다. 여피의 이미지가 재산가 브루스 웨인이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수없이 갈등을 하는 캐릭터에도 예쁜 남자가 어울린다. (예쁜 것에 모든 합리화의 초점을.) 처음으로 크리스찬 베일을 영화를 통해서 본 것은 아메리칸 싸이코였다. 손도끼를 든 여피족. 섹스를 하는 자신의 몸을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는 그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퀄리브리움은 개인적으로 좀 별로였고. 머시니스트도 괜찮다고 하던데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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