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전쟁 War of the Worlds

The War of the WorldsThe War of the Worlds by H. G. Wells

내가 어릴 때 읽은 것이 문고판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들었고, 원작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저작권 시효가 만료되어서 – 100년도 더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니 – 그런건지 여러 권이 나와있었다. 아무래도 원작의 삽화가 들어있다는 황금가지판이 마음에 들었다.

분량이나 내용면에서 어릴 때 읽은 거랑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긴 하다. 새삼스럽게 이 책은 20세기 이전의 영국을 배경으로 쓰여졌고, 그 당시는 마차와 포병대가 있던 시절이었다는 것, 그리고 스필버그의 우주 전쟁은 현재에 맞게 각색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주인공은 목사와 포병, 그리고 길에서 만난 두 여인네들을 빼고는 다른 사람이랑 다니지 않는다. 영화의 오길비 (팀 로빈스 분)는 소설의 목사에 가깝지만, 포병의 캐릭터도 약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설엔 피를 화성인이 직접 섭취하는 걸로 나오고 화성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서 뿌리는 것은 아니다. 역시 수류탄으로 삼발이를 파괴하는 건 스필버그의 작품이다.

영화 “우주 전쟁”의 결말 논쟁을 보다보면, 인류의 정복 전쟁에서 병균이 어떻게 활약했는 가 – 여기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읽어보라 – 를 들어 원작의 결말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처럼 우주전쟁이 인류의 전쟁에 빗댄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아래와 같은 대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에 영화로 각색된 우주 전쟁이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화성인들을 잔악한 종족이라고 판단 내리기 전에, 우리는 사라진 아메리카 들소나 도도새와 같은 동물뿐 아니라 같은 인간이지만 지능이 낮은 종족에게 우리가 가했던 잔악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기억해야 한다. 태즈메이니아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이민자들에 의해 50년 만에 절멸되었다. 만약 화성인들이 똑같은 생각으로 전쟁을 벌인다면, 우리가 그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으며 자비의 전도사라도 되는 양 행동할 수 있을까?

인간과 화성인과의 관계는 주인공과 포병과의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어지는 포병의 화성인이 점령한 지구의 미래에 대한 예측도 꽤 흥미롭다.

"이건 단지 인간과 개미의 관계와 같은 거예요. 개미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건설하고, 삶을 살아가고, 전쟁을 하고, 혁명을 합니다. 인간이 그들을 내쫓기 전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내쫓으면 개미들은 쫓겨나게 되죠. 지금 우리가 바로 그 개미들입니다. 단지……"

내가 말했다.

"그래요. 우린 먹을 수 있는 개미들이죠."

에필로그에서 주인공은 우주 전쟁이라는 경험이 인류에게 준 의미를 설명해준다. (소설에서 주인공의 직업은 작가다) 마치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은 인류의 모습과 같지 않은가? 1차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에 쓰여진 소설에서 말이다.

어쨌든, 우리가 또 다른 침공을 예상하든 안 하든, 미래를 보는 인간들의 관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많이 수정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지구가 우리 인류만을 위한 안전하고 영속적인,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갑자기 우주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보이지않는 선한, 혹은 악한 존재에 대해서 결코 예측할 수 없다. 우주라는 광대한 구조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화성인의 침공이 궁극적으로 어떤 혜택을 준 것도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강한 믿음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결실일 것이다. 이 결실이 인간의 과학에 가져다 준 선물은 실로 어마어마하며, 이것은 공공 복리에 대한 개념도 더욱 증진시켜 주었다. 한없이 펼쳐진 우주를 가로질러, 화성인들은 그 개척자들의 운명을 지켜보고 깨달은 바가 있을 것이며, 그것을 기반으로 금성에서 안전한 정착지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몇 년 동안은 화성에 대한 세심한 관측을 조금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쏘아 올린 발사체나 유성은 인류의 자손에게 피할 수 없는 불안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사물을 보는 인간의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우주선이 오기 전까지, 우리가 사는 작고 아름다운 혹성을 제외하고는 이 광할한 우주 속에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더 멀리 내다보게 되었다. 만약 화성인들이 금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면 인간이 그 일을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언젠가 태양이 서서히 식어 들어가 지구에서 살 수 없는 날이 결국 오게 되면, 그 때 이 곳에서 시작한 생명의 끝은 우주로 뻗어 나가,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자매 혹성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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