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Quarantine by Greg Egan
 
이 책의 제목인 ‘쿼런틴’이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미지의 존재에 의해 미지의 암흑 물질로 태양계가 ‘격리’된 상황을 가리킨다. 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미래 사회는 나노 기술과 뇌신경 의학이 고도로 발달하여, 뇌의 기능을 대체 또는 강화 하는 각종 MOD들이 보편화 된 사회이다. (미래 SF물인 FPS RPG, ‘Deus Ex’와 유사한 배경이다!) 이러한 MOD들에 대한 상세한 기술만으로 전반부는 독자를 꽤나 즐겁게 만들어준다.
 
 어느 정도 읽어나가다보면, 저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언급하면서 ‘쿼런틴’의 유래가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거의 맛이 가게 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공학도에게 상식적이지만, 이어지는, 확산에 대한 평행우주론에 가까운 이론 전개는 좀 낯설고, 이해가 안되는 편이었다. 특히나 특정 관찰자만이 (특히 인간의 두뇌가) ‘확산’의 원인이라는 대목은 내 일반적인 상상력으로는 의아스러울 정도. 나는 고전역학적 인간에 가까운 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 이론의 전개를 ‘그럴법하군’ 하고 이해하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구시대의 산물인 이 뇌를 MOD로 완전히 갈아치워야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아니면 이 사람은 순전히 사기를 치고 있거나. 어쨌거나, 이론은 아무래도 좋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작가를 그저 흥얼거리며 따라가기로 하자. (작가의 이론에 완벽히 합의하더라도, MOD와 사건 진행에 이르면 약간씩의 허점이 눈에 띄기도 한다.)
 
 ‘확산’이 되지 않는 MOD를 가지게 된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자기 자신이 ‘고유 상태(eigenstate)’의 자신인지 절대적으로 확신하지 못한다. 따라서 발생하는 ‘존재에 대한 물음’ 또한 꽤나 골치 아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더라도 매트릭스 트릴로지에서 발생하는 자아에 관한 고민 따위는 저리가라의 수준이다. 양자역학이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포함되는 시대가 올때까지 이 소설이 영화화될 리는 없겠지만. 😉
 
 양자역학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이 좀 더 많았더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충분히 즐거운, 그리고 적당히 심각한 읽을만한 SF 소설이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