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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gation

기술적인 논의가 항상 최상의 결론을 내리라는 법은 없으며, 차선의 결론 조차도 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모호하고 복잡한 문제가 아닌, 단순한 기술의 사용 여부와 같은 단순한 문제에서도 서로의 논거가 팽팽히 대립하여 논의가 끝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얼굴을 붉히는 이런 상황에서 흔히 사용되는 해결법은 결정권자-책임자의 결정이다. 서로의 논거가 충분히 합당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논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종의 불확실성 즉,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결정권자가 가져가는 이러한 해결법은 일반적으로 옳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결정권자와 비결정권자 사이의 것이였다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끝나지 않는 논의의 해결을 위한 결정권자의 결정이 충분히 합리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붉힌 상황에서의 결정권의 행사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결정권자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할까?

우선,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의견은 흔히,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리스크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런 경우에 굳이 결정권자의 강제적인 결정을 통해, 상호 불신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필요는 없을 듯하다. 리스크로 인한 1 man-day 손실보다 상호 불신으로 인한 1 man-month의 손실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리스크의 간극이 커서, 결정권자의 의견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면, 그것을 충분히 납득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붉힌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만약 정말로 결정권자가 옳고, 상대가 충분한 설명에도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일단, 상호 불신의 싹이 트기 시작하면, 모든 상황이 나빠진다. 애초에 단순한 논의가 대립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상호 불신에 근거하고 있다. 논의 주제에 대한 권위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심하다. 서로의 경험과 기술적인 숙련도에 대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나의 논의에서 나쁜 감정이 배가된 불신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후의 모든 논의에 있어서 서로의 경험과 논거를 믿을 수 없으므로 – 또는 믿으려하지 않으므로, 서로의 의견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심해지면, 경험과 논거를 따지기 전에, 서로의 의도와 감정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가장 심한 것은, 한 배에 탄 다른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상호 불신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반대로, 상호 신뢰란 일의 효율과 성과를 위한 마법과도 같은 것이다. 상호 신뢰에서 나오는 가장 바람직한 행위는 바로 위임이다. 위임이란 결정권자가 자신의 결정권을 조금 나누어주는 것이다. 위임이 어려운 이유는 Chaos와 Control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정권자는 Chaos에 이르는 것을 두려워하며, 지식노동자는 Control을 싫어한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Chaos와 Control 사이의 어느 지점을 선택하느냐가 정해지겠지만, 전통적인 조직들보다 지식노동을 필요로 하는 현대의 조직에서는 좀 더 낮은 Control, 즉 위임이 흔히 강조되곤 한다. 어떤 작은 문제에 있어서는 완벽한 Control이 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바라보면, 완벽한 Control을 통해 얻는 조그만 이익은 Control로 인한 손해에 비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결정권자의 강제적인 결정’얘기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Published in Stray Thoughts

One Comment

  1. Empowerment, Competency and Evaluation

    요즘 열독하는 가난뱅이 님의 블로그 글에서 인용: 사실 독일군의 강점은 무기나 지휘관의 전술전략보다는 각 제대단위에서의 전술적 역량이 더 컸었다. 즉 일일이 다음행동에 대해 구체적인 명령을 내려보내야 했던 다른 연합군의 제대와는 달리, 독일군은 일정한 전술적 목표만 제시되고 나면 그 다음의 행동에 대해서는 지휘관의 재량을 인정했다. <중략> 그래서 실제 전장에서 독일군의 각 제대는 상급부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현지 상황에 맞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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