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Fallout 3를 Steam을 통해 구입해 플레이하고 있다. 주중에는 거의 플레이 할 시간이 없지만, 현재 25시간 정도 플레이 한 상태다.
Fallout 3는 핵 전쟁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인 Fallout 시리즈의 후속편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1, 2편의 개발사인 블랙 아일 스튜디오가 아니라,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 스튜디오가 맡게 되었다. 때문에 시리즈로서의 연속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주인공은 Vault라는 핵전쟁을 대비한 지하 주거 공간에서 태어나 자란 젊은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의사로서 존경 받던 아버지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동시에 Vault의 리더가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실을 알고, Vault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의지할 데 없는 황량한 바깥 세상에서 아버지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 것까지가 이 게임의 도입부에 해당한다.
답답한 Vault로부터 막 탈출해 바깥 세상을 처음으로 바라봤을 때, 어디로 가야 할 지를 알 수 없는 황량한 폐허에서 거주지 (메가톤)을 처음으로 찾았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통적인 롤플레잉 게임처럼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재미도 있지만, 건물의 폐허나 망가진 자동차들, 사람들, 변형된 동물들을 직접 발걸음을 옮기면서 하나하나 경험하는 재미도 있다. 이러한 재미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접할 수 있게 된, 전작들에서는 얻기 힘든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설정 상 핵전쟁은 21세기에 발생했지만, 전쟁 전의 세계의 물건들을 보면 1950년대 정도의 것으로 보이고, 간간히 보이는 블랙 유머들은 바이오쇼크의 것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바이오쇼크가 Fallout의 전작들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따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임의 플레이 방식 자체는 오블리비언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엔진 자체가 같으므로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통해 잘 다듬어 진 게임 플레이 방식을 가져오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엘더스크롤에서 보던 단점들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선이냐 악이냐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이 이 게임에서도 발생하는데, 이 황량한 세계의 생존자들은 너무나 힘없고 가난해서, 이들을 돕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락부락한 뮤턴트나 노예 상인들한테 습격 당하고 납치당하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사격술을 가르치고, 결국은 뮤턴트의 공격을 막아 내는 장면을 보면서 감격스러웠다. 이번에는 선 성향의 여성 캐릭터로 플레이하고, 다음 번에는 악 성향의 남성 캐릭터로 플레이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