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행복한 죽음을 마련하는 내 삶의 행로에서 이 껍질은 가장 처절한 장애물이다.
한순간 이 껍질을 깨어버리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
2003년은 그야말로 내 삶에 있어서 총체적인 정체의 시기였고,
무비판에 의해 보호받는 가시밭 안의 웅덩이 처럼 되어버린 해다.
껍질을 깨기 위한 최소한의 빛이 들어올 틈조차 스스로 틀어막아 버린 셈이다.
이제 다시 태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