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는 이미 우리나라에 보편화된 게임 문화다. MMORPG 마다 세계관이며 스토리도 다르고, 캐릭터 스타일도, 추구하는 게임성도 다르겠지만, 공통점 중의 하나는, 뭔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수십 시간씩 투자해서 레벨업을 하곤 한다.
Idle RPG는 IRC 기반의 RPG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하는 RPG다. Idle RPG의 서버는 특정 IRC 채널에 bot으로 접속하여, 그 채널안에 있는 사람이 어떤 동작 – 예컨대 말을 한다던가, 채널을 나간다든가 – 을 하는 가를 모니터링 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는지 (idle) 시간을 잰다. 그리고 그것이 일종의 경험치(XP)가 되어서, 일정 시간에 이르면 레벨업이 되는 것이다!
물론, 보편적인 RPG 처럼 성장을 위한 “전투”도 있다. 레벨 마다 한번씩 랜덤한 상대와 대결을 하게 되어, 이기면, 레벨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반대로 지게 되면, 그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어린이날에 Idle RPG에 관한 얘기를 #perky와 kldp에서 듣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서버를 설치해보았다. 현재의 플레이어 현황을 볼 수 있는 페이지도 있다. 현재, idlerpg bot은 HanIRC의 #idlerpg 채널에서 동작 중이고, idlerpg bot의 감시망을 피하는 안전가옥이 #idlerpgchat 채널이다.
그냥 룰만 본다면, “무슨 재미로 하냐”라고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중독성이 있다. 3-40명 가까이 꾸준히 접속해있는 편이니까. 사람들은 “성장”이라는 요소 하나만 있어도 재미있어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며칠 지나면 지루한 사람들이 조금씩 떠나지 않을까 하지만…
나름대로 Idle RPG를 수정해서, 여러가지 게임성을 추가한 사례도 있다. uric에서는 몬스터가 있어서, 플레이어와 근접하게 되면,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공격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Idle RPG라고 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클래스와 스킬 개념도 넣었다. 당장은 bot의 한글화 정도만 신경쓰고 있지만 (그나마 별로 안하고 있지만), 사람이 꾸준이 모인다면, 이런 것들에 손을 대볼지도 모르는 일.
아 참, 그리고, 토끼군님이 웹페이지의 인터페이스 개선과 한글화 작업을 진행중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