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꿈

나는 친구와 함께 언덕과 산들로 둘러싸인 녹초지를 걷고 있었다. 매우 외딴 곳이어서, 우리는 겨우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었고, 운전사 양반은 넉살이 좋아보였다.

언덕을 둘 셋 정도 넘었을까, 우리의 시야에는 강이 들어왔고 (강이라기보다는 바다 같기도 하고), 길은 강의 얕은 목을 가로질러 뚫려있었다. 강바닥에는 모래질의 흙이 투명하게 비쳤고,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강(바다?) 저편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친구도 운전사도 그러한 경치에 경탄하고 있었고, 우리는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강을 건너고나서 바로 곁에 있는 높은 언덕에는 커다란 장원이 보였고, 우리는 경치도 구경할 겸해서 쉬어가기로 했다. 그 장원에는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뒷뜰의 텃밭 정도임직한 곳을 발견했다.

그 밭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고, 처음에는 봄철의 작물을 심기 위해 거름을 뿌려놓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반쯤 썩은 수백구의 시체들이 뒤섞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친구를 바라보았고, 또 운전사 양반을 바라보았는데, 내 상상인지 진실인지 몰라도, 그 운전사의 표정은 그 장원의 사연에 깊게 관여한 자의 것이었다. 모르는 체 우리를 꾀어 여기까지 데려온 것인가?

팔다리가 서로 뒤엉키고 살점이 반쯤 썩고 뼈가 들어난 시체들 사이에는 갓태어난 듯한 아이의 머리통도 뒤섞여있었다. 나의 머리속은 새하얗게 되어서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운전사는 곁에서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렸다. 갑자기, 아이의 머리통이 (시체가?) 울음소리를 내면서 시체 무덤을 헤치고 튀어나왔다. 마치 시체로부터 살아있는 아이가 태어나는 듯이.

모든 게 깜깜해지며 빙글빙글 돌았고, 나는 잠을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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