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죽이기, 강준만, 개마고원, 1995
김대중을 다루고 있고, 또 그를 상당히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 때면 흔히 나오는 대통령 후보자 선전 책자처럼 여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옹호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비판을 위한 책이다. 그 대상은 바로 언론과 지식인이다.
전반부에서는 김대중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이 쓰여질 당시(1995년)의 김대중에 대한 이미지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그것이 왜 잘못되었고 또 어떻게 조작되었는가를 조목조목 밝혀주고 있다.
김대중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당연히 지역감정 문제가 나온다. 그 문제의 핵심을 강준만 씨는 언론과 정치평론을 하는 지식인, 그리고 국민의 문제로 보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그러한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추리소설을 쓰는 기자, 연예기사를 방불케하는 정치보도, 언론의 이미지 조작 등 우리가 현재 언론에 대해 내리는 평가 – 언론의 문제점들을 잘 정리하고 있다. ‘좆선’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도전적인 책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지식인들의 양비론적이고 정치혐오주의적인 정치평론들도 쓰레기라고 얘기한다.
그의 ‘김대중 옹호’ 중 몇가지는 어떤 사람들의 (자신도 그 근거를 모르는) 김대중 이미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하지는 못할테고, 아마도 그들은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부차적인 일이다. 강준만 씨가 주장하고 있는 언론과 지식인의 문제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문제임은 대부분이 동감하리라고 믿는다.
전체적으로 언론이나 정치인, 지식인을 비판하기 위한 상당히 많은 양의 자료를 인용하고 있어서, 약간 놀랐다. 분명히 그런 자료들을 인용하지 않아도 논지 전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자료들이 이 책의 객관성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었고, 어린 마음에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했었다. 그것이 깨어진 것은 강준만 씨의 ‘노무현과 국민사기극’과 김규항 씨의 ‘B급 좌파’를 읽고난 후 였는데, 강준만 씨의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좀 더 빨리 정치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올바른… 시각? 정치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란 어떤 것인지 시간되면 나에게 언급 부탁해도 될까. 난 아직도 정치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내 자신도 잘 모르는 편이라…
‘올바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까 말까 상당히 망설였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가치관 내에서 ‘옳음’의 가치를 획득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네. 여기서 말하는 정치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란 것은, 정치 혐오로 인해 무정부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시민적 참여를 통해 사회계약의 틀안에서 정치의 변화를 꾀한다는 의미의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