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좋은 전략 나쁜 전략

Richard Rumelt의 Good Strategy Bad Strategy의 번역서인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이라는 책을 읽었다.
트위터에서 박상민 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 책을 알게되었고 아마존 평도 굉장히 좋고, 마침 올해 첫번째 책으로 무엇을 읽을까 하던 차여서 바로 주문해서 읽게되었다.
저자인 리처드 루멜트에 관해서 몰랐지만, 책을 읽으면서 경영 및 전략에 대해 깊게 연구했으며, 기업 뿐만 아니라 군사나 외교 전략에 대해 조언을 해온 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또한,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들이 필연적으로 기술이나 이에 기반한 경쟁력에 관해 다룰 수 밖에 없는데, JPL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도 신뢰감을 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렬한 메시지는 1부에서 등장하는데, 바로 기업들이 좋은 전략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 자리를 나쁜 전략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레 무엇이 나쁜 전략인가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나쁜 전략의 전형들을 제시하는데, 실은 목표에 해당하는 것을 세우고 이것이 전략이라고 착각하는 경우, 전략이 목표로 하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 비현실적인 전략적 목표를 세우는 경우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나쁜 전략이 만연하는 이유들도 설명하고 있는데 좋은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서로 상충하는 목표들 사이에서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해야하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어려운 결단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전, 가치, 전략과 같은 템플릿에 칸을 채우는 방식으로 전략이 정해지거나, 열심히 하면 또는 정신력으로 해낼 수 있다는 근거없는 믿음 등을 들고 있다.
기업들의 나쁜 전략들의 유형이나 그것이 발생하는 이유들은, 내가 그동안 일해오면서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었고, 나조차도 그 일부에 해당햇던 것 같아서 깊이 공감이 되었다.
그렇다면 좋은 전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책의 두번째로 중요한 메시지는 좋은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들에 관한 것이며, 1. 문제의 진단, 2. 추진 방침, 3. 일관된 행동 계획 이라는 3가지로 이루어진다.
문제의 진단이 없이 전략을 세웠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문제의 진단과는 동떨어진 추진 방침을 세우는 경우들, 타당한 방침까지 세웠지만 실제로 행동 계획은 모호하거나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들을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면서 왜 이 3가지가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아마도 내가 대학교를 나온 후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네 정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처럼, 좋은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매우 어려운 작업들을 해야하며, 서로 상충하는 목표들 사이에서 설득하고 결단을 내리는 것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한다. 그래서, 그 어떤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전략들만 보유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기업에 따라서 나쁜 전략의 비중이 얼마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3개월마다 우선순위를 제안, 검토하고 경영진이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문제의 진단과 방침,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정의하기 위한 작업들로 구성되어있다. 물론, 여기서도 상충하는 목표들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명확한 결정에 시간이 걸린다든가, 문제의 진단을 위해서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피상적인 진단인 경우, 때로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등이 종종 발생한다. 다만, 그럴 때마다 올바른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이 지적을 하고 수정을 해나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의 2부와 3부에서는 행동과 자원의 집중을 통한 레버리지의 활용, 현실성 있는 근접 목표를 제시하는 것, 여러요소를 통합해서 전략을 설계하는 것,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 변화의 디테일을 이용하는 것 등 좋은 전략을 세우기 위한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1부에서의 내용의 경우에는 아마도 누구나 따라해볼 수는 있는 내용이라면, 여기서부터는 깊은 고민과 노력, 통찰력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느껴졌다. 한번 읽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체화하거나 반복하기 어려운 내용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주기적으로 다시 읽어보면서 그때 고민하는 전략의 영역에서 통찰을 얻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엔지니어링 조직의 헤드로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조직 내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행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전’이나 ‘방향성’, ‘목표’라는 단어로 표현될 때가 있지만, 실은 ‘전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추구해야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전사적인 발표 등에서 얘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크게 깨달은 한가지는 이러한 고민과 생각들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진단과 추진 방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있어야만, 조직 내의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실천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방향성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술을 확보해야하고, 첫단추로 어떤 작업으로 시작해야하며, 근접 목표는 무엇으로 잡아야하는가를 정의하고 이야기에 포함시켜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회사 또는 조직 차원에서의 전략, 방향성, 목표를 고민하고 결정하고 이끌어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회사나 조직에서 올바른 전략을 세우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자리에서 어떠한 기여를 해야할지 고민하시는 매우 훌륭한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