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교수님께서 클래스 모두에게 물으셨다.
“여러분은 진화론을 믿습니까, 창조론을 믿습니까?”
……………………..모두 조용히 있었다. 분위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진화론이라는 듯한.
“진화론에 반대하는 사람 없어요?”
“과학자들 중에선 반론을 내놓는 자가 많은데 정작 학생들 중에선 진화론에 반대한다거나 의심스럽다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단 말야.” (quote from 진화론과 창조론 via intherye)
과학적인 태도를 가지지 않은 일반인이 진화론에 반대한다고 할 때, 그것은 진화론이 검증된 것과 마찬가지의 과학적인 정합성을 가지고 반대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 사람에게는 진화론이 이미 가치나 신념의 영역이다. 진화론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진화론이 속한 범주인 과학의 범주에서 그 범주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은 범주의 오류다.
진화론은 워낙 커다란 사회-문화적 영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범주의 오류는 흔히 볼 수 있다.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이 과학을 종교에 적용한 범주의 오류라면, 사회진화론의 인종차별이나 진화론의 비인간성 같은 주장은 과학을 윤리에 적용한 범주의 오류다.
성경에 기반한 신념을 과학의 범주로 확장시키는 이러한 범주의 오류는 진화론-창조론 논쟁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한가지의 원인은 바로 진화론에 대한 무지 내지는 오해다. 위에 인용한 글에 달린 Reibark님의 의견을 인용한다.
진화론에 있어서 가장 문제점은 사람들이 진화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이 진화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진화론은 절대 쉬운 학문이 아닙니다.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처럼 생명체의 진화는 보통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선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막연히 ‘내가 생각하기에 아닐 것 같아’ 라는 식으로 부정되기에는 결코 녹녹치 않을 정도의 이론과 증거로 무장한 것이 진화론입니다. 흔히들 일반인들이 진화론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러가지 문제점도 실은 오래전에 그에 따른 답이 나온 것이 대부분입니다.
창조론 자체가 과학이나 이론으로조차 취급받지 못한 이유가 거의 신념에 가까운 공리를 제시하는 것 빼고는 명확한 근거를 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과학 이론 중 하나라고 인정해 줄 수는 없는 것이지요. 진화론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신념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문제입니다. 단지 주장과 근거 그리고 입증의 문제이지요.
만약 물리학에 대해 지식이 짧은 사람이 ‘말도 안돼! 빛의 속도는 유한한데 어떠한 운동상태에서 관찰해도 같은 속도가 나오다니, 내 상식으로는 이건 믿을 수 없어! 이건 틀렸어!’라고 말하면 이것은 주장도 이론도 과학도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심지어 신념으로서의 정당성도 인정해 주지 않겠지요. 하지만 ‘말도 안돼! 이렇게 신비하고 복잡한 생명체가 어떻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길 수 있어? 내 상식으로는(혹은 종교 믿음 기타등등) 받아들일 수 없어!’ 라고 하면 이것은 하나의 신념으로 인정해 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과학적 이론으로까지 인정해 줘버립니다, 세상에.
우리는 진화론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흑흑 트랙백의 인코딩이 깨지는군요. ;ㅁ; 후진 이글루스 같으니라고.
지금 제가 쓴 걸 다시 읽어보니 부주의하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것 같다고 써둔 걸 후회하는 중인데.. 범주의 오류라고 설명해주신 걸 보니 정확할 뿐만 아니라 듣기도 좋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