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신부 Tim Burton's Corpse Bride



Corpse Bride, originally uploaded by Joseph Jang.

“유령”신부는 Corpse Bride의 무난한 번역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시체나 해골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약간의 혼란을 느끼게된다. “시체”신부라는 어감과는 다르게, 달빛 아래에서 우아하게 걷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체”의 세계의 것은 아니었다.

빅터의 결혼식을 알리는 도입부에서 그려지는 지상 세계는 단조롭고 칙칙한 모습인 반면에, 유령신부(이름을 알게되는게 상당히 뒤쪽이어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건 의도적인 걸까?)가 살아있을 때의 과거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에서 보이는 지하세계의 모습은 활기가 넘치고 화려한 모습이다. 각각의 세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을 제외한 지상 세계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부와 명예, 종교를 중요시 하는 캐릭터들임에 반해서, 지하 세계의 캐릭터들은 쾌활하고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 캐릭터들이다. 빅터가 빅토리아를 포기하고 유령신부와 결혼할 것을 약속하는 대목에서도 관객들은 (적어도 나는) 그것에 커다란 이의를 달지 않을 만큼이나 지하 세계는 지상 세계에 비해서 오히려 매력적이다. 마치, 팀 버튼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몽땅 “지하 세계”라는 기호에 대입시켜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대니 엘프먼의 음악도 마음에 들었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유령신부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메인 테마를 연주하는 빅터의 피아노 솔로나, 빅터와 유령신부가 함께하는 피아노 듀엣도 참 마음에 들었다. 피아노 듀엣을 마친 후에, 유령신부가 “Pardon my enthusiasm.”이라고 하는 걸 들으면서 유령신부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러고보면, 난 enthusiastic한 여자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여자를 만났을 때 단조롭고 열정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물론, 내 판단 하에서) 어떤 감정도 싹 사라져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스토리는 비교적 무난한 편이다. 결혼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 구조이기도 할 것 같고, 그냥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에도 잘 맞아 떨어지는 그런 평이한 이야기인 것 같다. 왜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는 것 있지 않나. 주인공이 이루려고 하는 목표가 좌절되고, 방해자와 조력자가 나타나고, 주인공은 갈등하고 고통받고, 마침내 마지막 장애물을 넘어서고 목표를 달성하는 이야기.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웃기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재치있는 대사를 가끔씩 던져주는 스타일이었는데, 아무도 웃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영화관에 가는 목적 중 하나인 “같이 웃기”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어서 약간 아쉬웠다.

이 영화를 본 곳은 대전 프리머스 4관이었는데, 음악이 고조될 때 약간 귀가 아플 정도였다. 단순히 음량이 큰 이유만도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뭔가 이상했다. 재미있게 본 영화, 특히 음악이 좋은 영화는 크레딧을 봐주고 나오는게 일반적인데, 저번에 스타식스 타임월드에서 나가란 소리 들은
이후로 마음의 상처를 입어서 대전에서 영화볼 때는 크레딧 지키기에 상당히 소심해졌다. 그래서, 적당히 사람들이 모두 나간 후에, 옆에서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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