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얘기한대로 2005년 11월 8일에 손석희 씨가 KAIST가 오셨습니다. 다행히도 교수님께서 수업을 일찍 마쳐주셔서 자리에는 앉을 수 있었습니다. 시청각실이 청중들로 꽉차서 늦게 온 사람들은 서 있어야 했습니다. 대전 내 타학교에서도 온 것 같더군요. 한 5m 거리에서 본 손석희 씨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TV에서 보던 모습과 똑같더군요. 신기했습니다.
강연의 주요 내용은 언론의 공영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MBC와 같은 방송사의 주수입원은 광고 수입인데, 어떤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 수주는 그 프로그램의 시청률, 시청자의 구매 의지 및 구매력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자연히 미디어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방송사는 오락성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MBC의 (시청률이나 광고수익 하락에 관한) 위기와 편성전략 변경의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손석희 씨가 제시한 해법은 시청료더군요. 시청료는 방송사가 가져야할 최소한의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거죠. 이를테면 방송사 수입의 10%를 시청료로 충족한다면, 프로그램의 10%는 공영성을 띤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거죠. 더불어 시청료를 받는 방송사(KBS죠 ;-) )가 가지는 공영성의 확보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시더군요.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얘기를 들자면, 방송이 정치 권력에 의해 영향을 받던 것은 5공 시절의 얘기고, 이제는 정치 권력은 언론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셨습니다. 물론 그 대신 자리를 차지한 것은 자본 권력과 (종교/이익 단체를 포함한) 시민 권력이라죠.
강연 1시간 정도에 질답을 1시간 정도 받았던 것 같군요. 저도 ‘블로그 저널리즘을 통한 공영성 확보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여쭈어보고 싶었으나, 질문자는 많고 시간은 없어서 아쉽게도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런 것에 대한 얘기는 얼마든지 다른데서도 들을 수 있을테니 그렇게 아쉽지는 않죠. 다만 얘기해볼 기회가…)
리버럴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과 말을 잘 하시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모습이었는데요, 그렇게 유머가 있으신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 거의 강연 내내 웃다가 나온 것 같네요. 재미있었습니다.
감방에서 살다오신 경력도 있으세요. :) 저희 학교도 여름에 손석희씨 강연 했었는데 참 재밌는 분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