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정도 걸렸을까? 모험으로 가득차있는 우주로 나가기 전, 지루하디 지루한 마지막 적응 교육 시간을 마치는 데 말이다. Ibis는 회사의 교육 과정을 막 마친 수료생에게 주어지는 배다. 모양도 볼품없고, (모든 – 적어도 Caldari의 – 교육 과정 수료생들에게 동일하게 지급되기 때문에) 일말의 개성도 없는 그런 배가 바로 Ibis다. 하지만, 출항전에 점검만 충실하게 하고, 위험한 곳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우주 끝까지라도 날 데려다 줄 수 있을만큼 완벽하게 동작할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소속된 회사는 바로 응용 지식 학교(School of Applied Knowledge Corporation)다. 어느 회사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우주로 발 디딛는 사원들을 그냥 제멋대로 돌아다니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물론 어디로 갈 건지, 무슨 일을 할 건지, 그리고 심지어 회사를 옮기는 것조차도 내 자유지만, 일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모든 회사의 임무다. 나를 훈련시키도록 회사로부터 배정된 에이전트는 내게 간단한 운반 임무를 맡겼다. 보통 첫 에이전트의 일로부터 받는 보수들은 매우 후한 편이다. 그래야, 빨리 Ibis를 버리고 자신에게 알맞는 배를 살 수 있고, 그래야 회사와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Warp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맨처음 Warp를 할 때, 점프 게이트로 들어간 직후 떨려오는 선체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항법 컴퓨터나 Warp 엔진에 존재하는 약간의 결함도 당신을 Worm Hole 안에 내동댕이 쳐서 산산조각 내버리거나 정지된 시공간속에서 영원히 갇혀 있게 만들어버릴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Worm Hole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시대의 사람으로 돌아가서, 단지 승객의 위치에서 들뜬 기분만을 즐기고 싶을 적도 있다.) 나는 매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다른 에이전트들로부터도 일을 받을 수 있었다. 바쁘게 이리저리 다녀야했고, Warp하는 횟수가 밥먹는 횟수를 넘어섰다. 좀 지나자, 이미 Warp할 때의 공포 같은 것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Warp할 때마다 난 선체의 떨림에 내 몸을 맡기고 배와 한몸이 되었다. 비록 얼마 안있어 떠나보낼 배지만 난 이 배로부터 일종의 정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몇건의 일을 하고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조금만 돈을 더 모으면 적당한 배를 살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에 다닐적에 몇장 펼쳐보다 덮곤 했던 프리깃 클래스의 배에 관한 입문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엔지니어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나 역시 전형적인 엔지니어가 되었고, 어떻게 보면 나만의 의지로 무언가를 선택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고, 수많은 지식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공부할 것인지, 수많은 일들 가운데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수많은 별들 가운데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모두 내가 선택해야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행운을 빈다.
재밌어 보이는 게임이군요. 우주를 무대로 한 온라인 게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