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부족한 군것질 용돈을 충당하기 위해서 빈병 모아다가 구멍가게에 가져다주곤 했다. 이것이 바로 공병 보증금제도 인데, 소비자가 제품의 비용에 추가적인 비용을 예치(deposit)하고, 나중에 돌려받는다고(refund)해서 Deposit-Refund System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부분의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들은 일회용 컵에 대해 이와 같은 ‘환경 보증금’이라는 이름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환경 보증금은 물론 좋은 취지의 제도이고, 환경 문제를 항상 환기 시켜주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환경 보증금 자체가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평생동안 하루에 한 잔씩 일회용 컵을 사용해 라떼를 마시고, 컵은 사무실에 가져와서 버린다고 해보자. 이 때 포기하는 기회비용은 얼마일까?
50원 x 365일 x 100년 = 182만 5천원
182만 5천원은 꽤 큰 돈이지만 적어도 한 잔에 3000원 이상인 에스프레소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의 평생 수입에 비하면, 별 것 아닌 비용이다. 2006년 상장사의 대졸 초임이 약 2906만원이라고 한다. 환경 보증금의 기회비용은 이 사람 수입의 0.06%에 해당한다. 상식적으로, 연봉 3천만원 받는 사람이 지하철 요금에 인색할까? 지하철 요금이 900원임을 감안할 때 과연 50원의 비용에 꿈쩍이나 할까?
물론 이 기회비용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현재의 최저 임금 시간급 3100원을 받는다고 하면 182만 5천원은 주당 40시간 기준 14주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고, 평생 벌 수 있는 돈의 0.3%나 된다. 역시 상식적으로 시간급 3100원을 받는 사람이 과연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음 놓고 매일 마실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컵을 되돌려주고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충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50원의 귀중함도 모르냐는 식의 접근은 좀 곤란하다. 차라리 보증금을 인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질문. 사람들은 컵을 돌려주는데 얼마 정도의 인센티브가 필요할까? 나라면? 글쎄, 200원-500원 정도? 물론, 이 정도의 인센티브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혀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
환경론자들은 환경을 보호하는 행위는 단기적으로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고 얘기하는데 열을 올리지만,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경을 보호하는 행위는 추가적인 비용과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법적인 기반과 경제적인 제도를 사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좋지만, 역시 궁극적으로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것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