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고상에 빛나는 N. 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2권인 『오벨리스크의 문』을 읽었습니다.
전작인 『다섯번째 계절』에서 신비에 싸여 있던 오로진과 수호자의 능력이 이번 편에서는 그 실체와 원리가 좀 더 자세히 드러납니다. 또한, ‘부서진 대지’ 세계가 지금의 모습이 된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만, 여전히 일부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에쑨과 나쑨, 두 모녀의 각기 다른 여정이 펼쳐집니다. 기존의 동료들, 그리고 새롭게 만나는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대화와 감정을 나누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충분히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굉장한 박진감과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다만, 다른 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에 고뇌하던 주인공이 급격히 변화하는 듯한 모습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오로진이 끊임없이 마주하는 위협과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한 불안감을 더욱 깊이 있게 다루는 듯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차별에 대한 저항, 즉 더 이상 박해와 차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적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발현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에쑨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이미 제시되었습니다. 과연 그녀가 그곳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지, 딸 나쑨과의 충돌이나 갈등은 없을지, 아직 베일에 싸인 세력의 방해는 없을지, 그리고 이 세계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지 여러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래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