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인 “Rogue Protocol”을 읽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SecUnit은, 자신과 동료들을 위협했던 GraySys의 불법행위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그는 과거 GraySys가 소유했던 버려진 테라포밍 시설로 향하는 조사단에, “Security Consultant Rin”이라는 가명으로 조용히 합류합니다. 그곳에서 SecUnit은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적들과 조우하지만, 뛰어난 전투 능력과 상황 판단 능력을 발휘하고, 훌륭한 동료들의 도움을 통해서, 또 한번의 영웅적인 활약을 하며 위기를 벗어나며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Rogue Protocol”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존재는 Miki라는 로봇이었습니다. 과학 조사에 특화된 기능을 가진 듯한 Miki는 특히 조사단의 멤버들과 상당히 살가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인간들과의 친밀한 소통을 하는 Miki를 보면서, 아무런 정보를 더하지도 않으면서도 그저 인간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말을 하는 행동에 SecUnit은 탐탁지 않아 합니다. 그러면서도, Miki가 그저 그러한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조사단 사람들과 ‘친구’이기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Miki를 통해, 인간과 로봇, 혹은 AI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SecUnit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에 뛰어든 것은 일견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결정을 하게된 것은, 뉴스 피드에서 Dr. Mensha의 어딘가 불안한 모습을 보고, 그녀를 돕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이야기 내내 자신의 원래의 목적이라거나 가장 잘하는 것이라거나 ‘습관’ 탓으로 변명을 하지만, 결국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신의 몸을 내던집니다.
Miki가 인간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에 투덜거리는 SecUnit의 반응은 이 이야기의 묘미입니다. 또한, 친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Miki의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보면, 결국 SecUnit이야 말로 진정한 연대자이자 친구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 Miki의 존재와 행동 덕분에, 역설적으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