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 이나영, 정재영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이나영은 이번에도 약간 자폐적인 캐릭터로 나왔는데, 이나영 보는 재미만으로도 이 영화 볼만한 것 같다. T_T
특별히 새롭다거나 한 것 없고, 스토리도 예상가능하고 평이하다. 재미를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인물의 입을 빌려 사랑에 대해 역설하는 장면들은, 그리고 회상하는 장면들은 약간, 아주 약간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타일 좋고, 유머들 속에 녹아있는 재치 역시 맘에 든다.
영화가 끝날 때 즈음 스토리를 되돌아보면, 동치성이 영화중의 ‘전봇대가 주인공인 영화’를 평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나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곧이어 스코어가 올라가면서, 첫사랑의 순간,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동치성의 함박웃음 담긴 행복함에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감정을 전제를 걸고 시작하고 끝내는 관계에 익숙해지다보니, ‘사랑’이라고 정의되는 관계에 대해서 유물론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도 알고, ‘사랑’이 내게 가져다주는 모든 이익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줄도 알게되었다. 하지만, 내 감정 회로는 단순해서인지 두가지 방식을 동시에 취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각각의 방식은 각각의 방식이 적절한 상황이 있는데, 단속적으로 이 두가지 방식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항상 상황에 부적절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걸 이해는 하고 있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나를 변화시킬 이유도 찾지 못한다. 외부와의 타협을 거부하는 것을 제1행동원칙으로 삼는 나에게 누군가가 이러한 태도를 비판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밖에, “So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