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도 전에 OST를 사게 했던, ‘그녀에게’의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나쁜 교육을 보았다. 이른바 ‘공부’ 모드로 들어갔기 때문 영화보기에 소홀했던 터라, (최근에 딱히 볼 영화가 없었기도 하지만) 딱맞춰 재상영하는 ‘나쁜 교육’은 내겐 고마운 이벤트였다.
좋은 영화는 오프닝 씬만 봐도 알 수 있다. 오프닝 씬에서 나오는 음악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오는 건 왜일까. 어른이 된 이나시오와 엔리케의 재회를 시작으로, 이나시오가 영화 감독인 엔리케에게 배역을 부탁하며, 선물로 준 시나리오의 내용이, 신학교 시절의 이나시오와 엔리케, 마놀로 신부, 그리고 제4의 인물의 이야기가 진실과 허구가 뒤섞여 펼쳐진다. 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은 엔리케가 앙겔의 정체를 알아내고, 마놀로 신부가 찾아와 진실을 밝히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더구나 매력적인 씬과 매력적인 배우와 매력적인 음악과 완벽한 호흡을 이루면서.
욕망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는 항상 욕망과 절제, 열정과 고통을 대비시킨다. 신부복을 입은 마놀로 신부와 나이가 들어 애까지 생긴 마놀로, “Moon River”를 부르는 소년 시절의 이나시오와 마약에 찌들어 죽어가는 이나시오, 엔리케와 이나시오의 다정한 모습과 더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 배역 문제 때문에 다투는 엔리케(앙겔)와 이나시오. 그 유사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나시오의 시나리오와 현실은 비교되고, 그 괴리는 더욱 가혹하다.
네 사람의 사랑과 복수, 파멸의 스토리 속에는 철저하게 순수한 인간의 욕망이 존재하고 있다. 신부복을 입은 마놀로 신부의 눈빛에서, 엔리케의 나체에서, 이나시오의 얼굴에 두근거리는 내 가슴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히 ‘사랑’이라는 단어-가치를 거기에 가져다 별명으로 준다면.. 난 너무 나쁠까?
unpop님의 블로그에 여름님이 단 comment에 의하면, 국내 배급사인 씨네휴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OST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고 한다. 둘러봐도 OST 구하기가 힘든 것 같아, 급한 김에 당.연.히. 주문을 해버렸다. 공식 홈페이지도 한번 둘러보길.. 음원을 퍼온 페이지들도…1, 2..
Jardinero torna a surriento
Moo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