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사대주의 비판" 유행에 대한 비판

likejazz.COM에 달았던 comment덕에 받은 comment.

한가지만.

우리말로 할 수 있는 표현은 가급적이면 우리말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http://www.likejazz.com/29458.html

내가 영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언어 사대주의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완전히 실용적인 이유 – 가볍게 적는 글에 번역의 비용을 들이기는 부담스러운 이유라든가, 원문의 글을 오해 없이 옮기거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유라든가, 하루에 접하는 언어의 양이 한국어보다도 영어가 더 많다든가 하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likejazz에서 뿐만 아니라, 이오덕 선생의 언어사대주의에 관한 글을 많이 링크하는 것을 보게되었다. 내 주변의 엔지니어들 중에는 말을 할 때도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언어사대주의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위에 적은 것과 유사한 순전히 실리적인 목적이다. 실제로 사대주의와 거리가 먼 사람에게 저러한 글을 링크해주는 것은 거의 인신공격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언어사대주의나 순전히 과시욕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언어 사대주의를 내세우는 방식보다는 우리말 사용의 실리나, 한국 문화의 발전 또는 정체성 확립과 같은 이유를 통해 합리적으로 설득을 하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올바른(?) 우리말 사용의 확산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그 같은 이유로 나를 설득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말이다.

한가지, 영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글을 쓴 사람을 포함하여) 독자가 글을 읽게 힘들게 만드는 것은 인정한다. 이러한 면에서, 한영 병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정체성 운운은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문화의 다양성에는 동의하지만, 특정한 문화를 무조건 수용하라는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영어공용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지처럼, 내게 언어는 “한낱 연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사물이나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전에, 그에 대한 유행하고 있는 생각을 비판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아무 경우에나 사용하는 경향을 너무나도 자주 본다.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더욱 세세하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언어 사대주의”의 비판도 이러한 경향 중의 하나가 아닐까?

무엇이 옳든 간에,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거겠지만.

“"언어 사대주의 비판" 유행에 대한 비판”에 대한 2개의 생각

  1. 본인에겐 실용적인 목적일지라도 타인에겐 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어느정도까지 한글화해야할것인가”를 규정하는 일입니다.
    지나친 한글화는 저도 경계하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한글화하는것은 반대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정도 우리말화된것을 받아들이는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영어로 혹은 한자어로 남발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게 편하다는 이유로 쓰는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부터 한글이었거나 한글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조금 더 신경을 써서 한글로 표현하는것이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바른자세가 아닐까요?
    저마다 영어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한글공부를 하는 사람은 보지를 못했습니다. 매일매일 읽고 쓰니까 당연히 잘 안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조금만 시간을 내서 우리말도 공부해보면 어떨까요. 이오덕 선생의 ‘우리말 바로쓰기’를 추천합니다. 우리말이 얼마나 잘못 쓰여지고 있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2. “바른 자세”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말을 대하는 전체적인 태도에는 동의합니다. 아, 그리고 이오덕 선생의 책도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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