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쓰는 것의 가장 본질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인간의 기억력을 (일반적으로는 정신적인 능력을) 신뢰할 수 없고(unreliable), 기억은 (정신적인 활동은) 왜곡되기 쉽상(volatile)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경우에는 우리가 쓰는 것 자체나 또는 쓰는 것의 결과물을 읽음으로서 오는 어떤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즐기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과학적인 연구나 엔지니어링에 있어서는 전자가 그 목적일 것이다.
쓰는 것은, 인간 능력의 한계라는 본질적인 한계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데, 그 중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바로, 사고의 도구로서의 쓰기, 의사소통의 도구로서의 쓰기, 회고의 도구(기록)로서의 쓰기가 있다.
A Tool for Thinking
사고의 대상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더 나아가서 기억력이 없다면 우리는 사고할 수 없다. 합리적인 사고의 과정은 일련의 사고 내용을 기억하는 단계를 포함한다. 대부분의 단순한 사고의 과정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가진) 기억력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해서, 사고의 과정은 끊겨버리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서 왜곡되어버리거나, 불충분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한계는 개인적으로 다르고, 천재의 경우에는 그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쓰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고와 쓰기를 병행할 경우, 기억의 단속이나 왜곡을 막아주기 때문에, 우리는 사고의 대상과 내용, 방향을 정확히 유지할 수 있으며, 특히 과학적(또는 수학적) 사고에서 중요한,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A Tool for Communication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정보의 손실과 왜곡은 의사소통을 필요로 하는 모든 조직의 골칫거리다. 과학적인 연구 또는 엔지니어링에 있어서의 의사소통은 일반적으로 사고를 동반하므로 의사소통에서의 기억력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사고의 경우와 같다.
쓰기는 협업 사고의 도구로서만 의사소통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방식에도 관여해서 비동기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대부분의 구두를 통한 의사소통은 시간과 장소를 참가자들에게서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동기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다. 동기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은 의사소통에 참가할 수 없다는 단점을 내포한다. 물론, 참가자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거나 피드백이 빠르다는, 동기적인 의사소통 방식에 고유한 장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점만을 취할 수 없게 만드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라는 자원이 부족한 현대인은 가능한 한 비동기적인 의사소통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A Tool for Retrospection (History, Record)
인간의 장기적인 기억력이 단기적인 기억력에 비해서 결코 더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회고를 일종의 ‘장기간에 걸친 느린 사고’로 본다면, 회고에 있어서의 기억력의 비중과 역할은 사고의 경우와 같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회고를 필요로 하는 종합적인 사고는 필요로 하는 기억들의 항목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고, (기억들의 항목이 많으면 그들을 ‘모두’ 기억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전제하에) 쓰기의 중요성은 사고의 도구로서의 경우보다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Conclusion
쓰기는 인간의 한계, 특히 기억력에 있어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사고, 의사소통, 회고는 모두 이러한 인간의 한계가 제약하는 중요한 활동들이다. 쓰기는 이러한 활동을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