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2005년 회사에서 일하다가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간 나는 예전에 내가 학생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던 것들을 학교로 떠나 다른 위치에 있을 때는 완전히 까맣게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회사에서는 노동자로서의 권리에만 관심이 있고 그것을 찾는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2005년 초여름에 고등학생들이 교육 문제에 관한 몇번의 시위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 듣던 역사 강의의 교수님은, 학생은 공부를 해야하지 시위를 해서는 안된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몇가지 부연 설명 (학생이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식의 얘기)도 하신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학생 시위 자체에 대해서는 바람직하게 여기지는 않으시는 것 같았다. 아무개가 그런 소리를 했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역사 교수님께서 그런 얘기를 하신 것은 어쩐지 실망스러웠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자신의 권리를 대변해줄 수는 없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바람직한 일인 것은 당연하나, 바로 학생만이 학생을 대표하고 학생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조력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조력자들의 주장은 수많은 주장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한다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모아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오롯히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영어 단어 몇개 수학 공식 몇개보다 훨씬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나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그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무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내게는 학생들의 시위가 그들의 정당한 권리이면서도 그들의 처절한 현실로 비춰진다.
Episode 2.
2006년 늦가을 한창 FTA 반대 농민 시위의 분위기가 격렬해가던 때, 방화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연히 언론 기사들은 과격 시위를 비판하는 논조 일색이었고 짜증내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곁들였다. 점심 식사 시간에 사람들과 그러한 소식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동료 한명이 한 말은 내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저 정도면 발포해야하는 거 아냐?”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하다 못해 영화 Bloody Sunday (2002)를 본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일단은 폭력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또는 폭력에는 무조건 폭력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를 전범으로 만드는 것이다.
‘발포’라니… 하기사 저도 생각해보니 비슷한 반응을 본 적이 있긴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