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의 제2절 ‘신념에 대한 비판적 평가’의 요약입니다.
신념의 정당화
전통적인 철학의 근본적 목적은 바로 신념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려는 시도이다. 과학은 설명을 추구하고 인과적 설명의 형태를 띄나, 철학은 정당화를 추구하고 신념에 필요한 합리적 근거를 탐구한다.
따라서, 철학의 역할은,
- 충돌하는 두 신념 사이의 어디에 양립불가성이 존재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두 신념의 체계에 깔려있는 의미를 명료하게 밝히려고 노력하고,
- 양립불가성을 해결할 방도를 제시하는 것이다.
양립불가성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전통적인 신념을 제거하거나 반대로 새로운 신념을 거부하는 방법이 있고, 2개의 신념 체계 중 하나를, 이들이 양립할 수 있도록 수정하는 있다. 이러한 작업에는 관련된 모든 사실에 알맞는 관념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작업이 뒤따를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문제가 새로운 개념적 틀이나 철학 체계를 통해 해결되면 철학자들의 관심을 그 체계 자체에로 전환하기 쉽다.
지식 철학과 실천 철학
지식 철학(인식론, 형이상학)이 무엇이 참인가에 대한 신념에 관심이 있다면, 실천 철학(도덕 철학, 사회 철학, 정치 철학)은 인간과 사회를 위해 무엇이 옳으며 선한지에 관한 신념과 원리에 관심이 있다.
비판적인 평가
신념이 합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위한 2가지 기준은 (내적인) 일관성과 사실과의 일치다.
사실의 문제(matter of fact)에 관한 신념의 경우, 즉 사실 철학의 문제에서, 일관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실의 세계에 적용되거나 또는 일치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때, 철학자는 일관성을 검증할 수 있으나 무엇이 관련된 사실인가를 알아내는 것은 바로 과학의 임무다. 따라서, 지식 철학은 한 신념이 사실과 일치하는 지를 결정할 수 없다.
실천 철학은 사실과의 일치라는 기준을 대신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상충하는 가치체계 중 어느 것이 사실적, 객관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결정하기 위한 인정된 절차는 없다. 대안은 비판적인 평가에 있다. 비판적인 평가란, 한 신념을 직접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념에 대한 다른 대안을 제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그것을 지지하는 형식을 말한다.
정치철학에 국한해서 실천철학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일관성이라는 기준이 부정적 검증으로서 어느 정도 결정적일 수 있음을 과소평가 (과학에서도 마찬가지.)
전통적인 정치 철학에 대한 비판은 사실이 가치 판단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간과 (가치 판단은 종종 일치성의 시험을 받는 사실에 관한 신념을 전제한다.)
비판적인 평가의 문제점
정치철학에 있어서 비판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는 모든 문제가 이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갈등이 일어나는 대립적 주장을 살펴봄으로써, 불일치성이나 잘못된 실제적 전체들을 밝혀내는 철학적 방법은, 비교상의 가치(comparative value)에 대한 견해의 차이(e.g.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에 대한 서로 다른 상대적인 평가)라는 핵심적인 문제를 미해결된 상태대로 내버려두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