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임상수 감독.
1,
이들은 어떻게 보면, 매우 평범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보일 뿐이다.
안정된 가족의 모습, 적당한 외도, 남편과 아내의 완벽하게도 밸런스 있는 몸,
어린 아들의 나이답지 않은 생각..
스크린 상에서만 허용되는 이러한 평범하지 않은 ‘평범함’이 결함의 원천이 되어,
비롯되는 희비.. 정도의 매우 평범한 플롯.
2.
영화에서 줄곧 말하고 있는 바를 한마디로 하자면,
‘네 삶이나 똑바로 살아라’
‘내 삶에 너무 많은 간섭은 말아줘요’의 원칙을 고수하는 나로서는
강력하게 공감, 원츄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많은 깨어있는 인간들의 경구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감독의 히스토리를 생각하다보면,
여성들에게의 상징적 메시지가 결말로 가면서 점점 더 강렬해진다.
(특별히 이 영화를 여성적인 입장에서 볼 필요는 없겠지만)
결말 부근에서 호정이 섹스 중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굳이 페미니즘적인 문맥에서 해석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한 독립된 인간으로서 자각하는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3.
호정이나 그의 아들 수인이라는 캐릭터와
몇몇 장면에서 강조되는 바는 ‘솔직함’이다.
영작은 상대적으로 솔직하지 못한 캐릭터이다.
(자신의 애인에게만 솔직하다)
영화에 나오는 가족들 모두 kewl하거나 적어도 kewl한 척 하려하는
캐릭터이지만, 호정과 영작이 결국 결별하는 것은,
서로가 솔직함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서 였을까.
(물론 여러가지 다른 요인들도 있지만)
4.
영화를 보면서 왜 사람들이 웃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유머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은 그 ‘부적절함’에서 발생한다.
그들은 스크린 위에서 자신의 삶의 복제판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을 아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글쎄 둘다가 아닐까?
5.
내 기억력이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아마 한국 영화 중 열손가락
안에 드는 추천작에 충분히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 해석되든 이 영화가 메가박스 1관에 걸린다는 것은
세상이 뭔가 변하고 있긴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