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은 차라리 행복했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를 좋아하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조는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였는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말다툼 후 둘은 서로 사과하지 않았고, 졸업 후에 만나서도, 가벼운 인사치레만 나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에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많았는데,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 한명에게 실소가 나오는 이유로 주먹을 맞고나서, 그는 그 친구에게 핀잔인 듯한 소리를 했고, 그 친구는 사과했지만, 이후로 그도 그 친구도 원래처럼 대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대학시절 동안 그에게는 어울려 술마시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부를 대학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나자, 그 중 가장 친한 친구는 졸업 후에 점점 바빠지더니, 가벼운 부탁조차도 들어주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그에게는 그저 가벼운 부탁이란 건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특별한 친구 한명이 있었다. 그 친구는 그에게 지적인 자극을 주었으며, 음악의 기쁨을 함께 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순간일 뿐이었고, 그 친구는 떠나갔다. 그 친구는 필요할 때마다 그를 찾았지만, 역시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떠나갔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 친구들 중 몇몇은 그와 같은 일을 하게 되었고, 전문적인 의견을 종종 나누는 친구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전문적인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서 그와 이야기했고, 그가 뭔가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하면 바쁘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일을 하다가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동료들은 마치 친구처럼 그에게 관심을 보여주었고, 그도 그들에게 친구와 같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런 동료들도 다른 직장으로 옮기게 되어, 더이상 동료가 아니게 되자, 더이상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가 말을 걸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남지않게되자, 네트웍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트웍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중 몇몇은 그와 관심사도 생각도 비슷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그들 사이에는 뭔가 친해지기 어려운 벽 같은 것이 있었다. 그들과 조금 친해졌다 싶어도, 자고 일어나면 그 벽은 다시 자라나있었다. 그러다보면 그들은 저절로 그로부터 멀어져갔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주위에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어지자, 그는 외로웠다. 그에게는 삶의 목적이 있었고 삶에의 열망도 있었지만, 외로운 삶 자체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자살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삶에의 열망이 매듭을 묶는 그의 손을 배반하여 그 자살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정신과 의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의사는 정말 그를 이해한 것 같았고, 그가 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성실하게 의사와 정기적으로 면담을 했고 약도 빠뜨리지 않고 먹었다. 의사 친구가 웃으며 더이상 병원에 오지않아도 된다고 얘기했다. 그 날 이후로 의사는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그가 요구를 해도 아무것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일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 친구는 말은 없었지만 솔직했고 늘 그의 곁에 있었다. 그는 직장에서 인정을 받았고, 직장 내의 누구나 그를 칭찬했다. 이윽고 그는 은퇴할 때가 되었고, 일이란 친구는 더이상 그가 필요하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병에 걸렸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이 병이 내 새로운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는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도 언젠가 소리없이 나를 떠나가겠지. 병은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점점 장악하여 쇠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병과 싸우는 일은 고통스러웠지만, 의외로 끝은 빨리 찾아왔다. 그와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투로 의사가 그에게는 이제 몇달의 시간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삶도 나를 떠나가는구나. 그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도,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호흡이 잦아오는 동안 그는 기뻐했다. 죽음이 그의 새로운 친구이며, 그 친구는 그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후회했다. 그가 죽음과 친구가 될 수 있었을 때, 왜 삶을 한번 더 믿었던가를. 그가 눈을 감을 때, 그 친구는 속삭였다. 그가 삶을 살지 않았더라면, 나라는 친구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를 깨닫지 못했을거라고. 그제서야, 그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