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회사 워크샵, 아니 플레이샵을 마치고 집으로 또는 회사로 돌아갈 때의 일이었다.
난 회사에 들를 일이 있어서, 회사로 향하는 차에 타기로 했다. 그 때, 팀장님이 내게 프로젝터를 건내며 말했다.
"회사 들를거지? 이거 책임지고 회사에 갖다 놔."
나는 엑스박스도 들고 온터라 이래 저래 짐이 많았다.
"전 짐이 많아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워크샵 운영을 책임진 분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다 프로젝터를 받아들어 차에 실으며 말했다.
"회사에 가시는 분들이 이 프로젝터 좀 회사에 가져다 놔 주세요."
아차 싶었다.
내가 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젝터를 두고 가거나 집으로 가져갈 수는 없으니, 어차피 회사로 가져다 둘 짐은 회사로 향하는 차에 실어야 하는 것이고, 또 회사로 향하는 차에 탄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위와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이 비단 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역할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또는 자신이 해결하기에 곤란하다고, 그 문제의 해결을 방관하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누군가는 해결해야하는 문제인 경우가 있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 문제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거나, 자신만의 힘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그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모색해보는 태도가 프로페셔널에게는 필요하다. 물론, 이 말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데도 해결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태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좀 더 성숙된 프로페셔널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잣대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또한 그러한 태도가 없는 사람들이 답답하기도 하다.)
아마도 그 때 난 다음과 같이 말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 제가 짐이 많긴 한데, 같이 가시는 분들이랑 함께 갖다놓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