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경제적인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숫자로 나타내보는 것이다. 주식이 실제로 어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면, 그 기업의 주가총액은 그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계에서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NHN의 시가총액은 현재 97,467억이다. 10조라고 보면 된다. 반면 2위라고 볼 수 있는 다음의 시가총액은 10,447억, 즉 1조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인지하는 것과는 반대로, 다음은 NHN의 1/10 규모에 불과한 것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의 지표를 확인해봐도 마찬가지다.
NHN의 직원 규모나 채용 규모를 보면 다음은 역시 점점 뒤로 쳐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직원 수가 2000여명이지만, 앞으로의 채용 규모를 보면, 그리고 NHN의 해외 진출 전략 등을 고려해보면, Microsoft나 Google 처럼 1만명 이상의 직원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양 뿐만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NHN에 채용되는 개발자들의 수준이 적어도 평균적인 수준보다는 높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예전에 같이 일했던 능력있는 분들이 모두 NHN에 모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NHN은 소위 말하는 ‘인력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개발자에 국한된 현상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경쟁력은 사업 방향이나 아이디어, 환경 등의 요소등도 있겠지만 기초가 되는 경쟁력은 일하는 사람들의 질과 양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자원의 질과 양을 확보한 NHN은 해외진출의 벽만 뛰어넘는다면 미래가 밝아보인다.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 구글과 야후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내가 NHN에 투자하겠다고 판단한 근거도 바로 그러한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이쯤 되면, 윤석찬 님이 다음과 NHN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며 자조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다음이 NHN의 경쟁자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다음은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해보면 될 것이다. 적어도 최근의 다음의 행보들을 보면, 노골적으로 자신이 NHN의 경쟁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네이버와 거의 동일한 탑 페이지 구조 (원래도 비슷했지만, 최근 리뉴얼에서 더 비슷해졌다), NHN의 그린 윈도우 브랜드에 대응하는 블루 윈도우(?), 네이버 지식인 검색의 대체로서의 다음 카페 검색을 내세운 것이 그러하다. 그것이 상위 결정자들의 전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음의 직원들은 NHN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이 NHN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NHN과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이 다음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다. 설령 나쁘다고 하더라도 다음이 현재의 캐시 카우인 포탈 사업을 접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NHN을 뛰어넘으려면 지금보다는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편, 독점에 대해서, 독점이 나쁘다라는 기본적인 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독점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불법적이든 아니든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서비스를 얻을 수 없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독점을 막는 마지막 방법은 Microsoft의 경우와 같이 반독점법에 의한 규제를 하는 것 이겠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마지막 방법이다. 기업은 법의 틀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야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규제가 동작하기 이전에 다른 경쟁자가 사용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독점자의 이익을 빼앗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든 한국이든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역사를 보면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특성상 독점자가 플랫폼이나 인프라를 장악함으로써 진입장벽이나 서비스 고착 (lock-in)현상을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규모의 크기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예로는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을 보면 된다. 다음 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좀 더 열심히, 좀 더 잘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