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는 일터에서 역량이 올라가고 인정을 더 많이 받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내게 요구를 하기 시작하고 그걸 하는 것만으로 내 인생은 흘러가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느끼고 있을 즈음에 서점에서 골라든 책이 바로 이 책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법“이다.
이 책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독자를 설득하는 책이라거나 눈부신 성과와 업적을 쌓은 경영자가 쓴 책은 아니다. 저자인 고코로야 진노스케라는 분이 자신의 인생에서 느끼고 실천한 것들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전이지만, 물론 지금의 나도 그러고 있고, 내가 아는 많은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인내하고 고군분투하며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추려보면 그리 많지는 않고 책을 통틀어 여러가지 관점에서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간략히 요약을 해보았다.
- 노력이 항상 보상 받는 것은 아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보상받을 때도 있다.
-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는 ‘나’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혹은 선생님, 주변 사람들이 계속 노력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 쉬운 길이 있다면 이것을이용하자. 누구나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지만 노력하는 사람들은 타지 않는다.
- 혼자 애쓰지 말자. 남의 힘을 빌릴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힘’만을 믿고 ‘남의 힘’을 믿지 못하면 그 힘은 결코 이용할 수 없다.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로 인해 모두가 즐거워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마음껏 즐기는 일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작정했다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용기와 미움받을 각오가 필요하다.
- 대다수의 일하는 사람들은 일이 너무 힘들어도 책임감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그런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노력해서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게 가족을 위한 행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족은 행복해도 아버지가 불행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려고 마음먹었다면, 애쓰며 사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나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 있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나한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피해는 줄어들고, 사람들은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지 대단한 삶을 살아갈지는 선택의 문제다. 안전을 추구하면 ‘즐거움’을 잊게 된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음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몇번 들려주었던 책 속의 이야기도 인용해본다.
그때까지 저는 혼자서 열심히 우물을 파고 있던 셈입니다. 우물을 파야만 물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래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열심히 곡괭이질하며 우물을 팠던 거죠. 가까이에 강이 흐르고 있었지만 내가 마실 물은 직접 우물을 파서 얻어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강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편하게 강물을 끌어와 마시는 사람을 보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저기 강이 있으니까 그 옆에 깊게 골을 파면, 힘들여 우물을 파지 않아도 저 녀석처럼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잖아.’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깊게 골을 파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전의 나였다면 골을 파는 것도 전부 스스로 해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조금 기다려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주변에는 사람이 많이 있었고 어쩌면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시험 삼아 “죄송합니다만, 깊게 골을 파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외쳐보았습니다. 그러자 “아아, 그러죠”라며 사람들이 다가오더군요. 제 주변에는 땅을 파고 싶어 하는 사람과 파는 것을 잘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그들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골을 팔 수 있었습니다. 제가 기뻐하자 그들도 기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후에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정말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항상 ‘노력하는 나’로 돌아가있었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미움 받는 것이 두려워서 남들이 요구하는 일만을 하고 있었다. 애쓰며 사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매일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나는 엔지니어로서의 일을 사랑하고 이 일을 통해서 ‘대단한 것’을 하고 싶다. ‘대단한 것’을 할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단 한가지 문제는 내가 여태껏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해왔을 뿐일 것이다. 다시 한번 ‘좋아하는 일을 하는 선택’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