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전에 아이들 사진을 집에서 좋은 품질로 인쇄하려고 잉크젯 프린터를 샀다. 그 전에는 사진을 인쇄하는 용도로는 소형 포토 프린터를 가지고 있었고, 텍스트를 -주로 논문들 – 인쇄하는 용도로는 레이저프린터를 가지고 있어서 수년 동안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마침 토너가 다 떨어진 참이었다.
내가 산 모델은 Canon의 TS8030이라는 모델로 고화질 사진 인쇄, 스캐너, 복사가 가능한 가정용 복합기 개념의 제품이었다. 사진들의 인쇄 품질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신분증 복사 같은 것들은 가족들을 위한 서류 작업 때문에 꽤나 자주 해야하는 일이고, 일이 바쁘게 진행되는 회사에서 시간을 내서 하기에 어렵다보니, 이를 집에서 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에 문서들의 인쇄 품질은 레이저 프린터에 비하면 읽기 싫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종이 품질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잉크가 살짝 퍼지면서 폰트가 조금 뭉개지는데 이게 레이저프린터의 깔끔한 느낌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그럭저럭 한 1년 남짓 썼을까 갑자기 인쇄를 하려고 하면 내부에서 딱딱 소리가 나면서 아무것도 프린트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몇번이고 헤드 청소도 하고 내부도 살펴보았지만 원인을 파악하기는 힘들었고, 워낙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니 수리 맡길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아내는 사진을 인쇄해서 집안 액자에 넣어 둔다든지 앨범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기에 내게 몇번이고 수리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오늘에야 드디어 생각이 미쳐서 수리를 알아봤더니, 고객이 딱히 포장해두지 않아도 택배를 통해서 포장-회수-수리-반납-대금납입을 해주는 캐논 재팬의 서비스가 있었다. 요금은 3240엔. 어딘가에 신경을 쓰는 것이 내게는 매우 부족한 자원이기에 돈을 들여서라도 신경을 덜 써도 되도록 해주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수리 비용. 보증기간 내에서는 수리 비용이 무료지만, 보증기간이 지나면 수리비용은 일률 14,040엔. 문제는 이 프린터를 구입한 가격이 19,000엔 가량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구입하는 비용은 TS8130이 14,000엔, TS8230이 28,000엔 정도다. 게다가 TS8130과 TS8230은 디자인이 다를 뿐 기능적으로 큰 차이도 없다. 잉크는 TS8030은 BCI-370/BCI-371 잉크를 사용하지만, TS8130/TS8230은 BCI-380/BCI-381을 사용한다. 과연 얼마나 차이가 날까.
결국은 TS8130을 구입하기로 했다. 논문 등 텍스트 인쇄의 품질은 레이저 프린터가 월등하기에 조금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아내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마 더 중요하겠지.
한편으로는 개별 수리 건들을 처리해야하는 인적 비용이 제품의 생산단가보다 더 비싸고, 매년 신규 모델을 내놓고 신규 모델에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거나, 잉크 모델을 바꿔버려서 이익을 보는 신기한 프린터 비즈니스의 세계를 조금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