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부탁하지 마세요

회사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아름답지 않은 일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사람 A가 어떤 사람 B에게 어떤 작업을 여러번 부탁 또는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완료되지 않아서 A는 B에게 감정이 상하고, 반대로 어떤 경로로든 그 감정이 B에게도 전해져서 A에 대한 감정이 상하는 경우이다. A와 B는 단순히 동료일 수도 서로 다른 팀의 협력 관계일 수도 팀 리더와 멤버의 관계일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완벽한 사람이 아닌 이상 A 였을 때도 있을 것이고 아주 가끔은 B였을 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A인 경우 어떤 경우에도 B에게 세 번 이상 그 작업을 부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원인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A가 부탁한 작업을 B가 수행하지 않는 원인들을 살펴보자.

1. A는 해당 작업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으나 B는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

사실 회사의 업무 관계에서 A가 요청한 작업을 B가 합당한 이유 및 둘 사이의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양해가 없이 진행하지 않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단순히 그 작업 자체를 실행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나 역할 등에 정당한 업무가 아니거나, 우선순위 면에서 현재 시점에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의견의 차이가 소통되지 않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는 전술적인 이유로, 또는 단순히 이유 없이 B가 그러한 의견을 얘기하지 않은 경우, B가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A로부터 무시한 경우, 심리적인 또는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없거나 또는 어려운 경우 등이 있겠다.

2. B가 해당 작업을 실행하기에 해당 작업이 너무 어려운 경우

B가 가지고 있는 역량 – 전문성, 작업 지식, 정보, 인적 네트워크로는 해당 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어떤 식으로 이 작업을 진행해야할 지 대충의 그림조차 그리기 어려워서 시작 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3. B가 해당 작업을 실행하기에 너무 바쁜 경우

B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작업만으로도 너무 바쁘고 우선순위의 조정등이 불가능해서 이 작업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흔히 너무 바빠서 작업을 실행할 계획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4. B가 그 작업을 하고 싶지 않은 경우

B의 개인적인 취향이 그 작업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단순한 태만 등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5. 커뮤니케이션 실패

A가 부탁을 했으나 B가 인지를 못한 경우. B가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지 못했다거나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해결책?

1번은 근본적인 이해 관계의 충돌이 아닌 한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이나 분위기를 조성하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인 이해 관계의 충돌이라면 조직 차원에서 이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조직간 이해 관계의 문제가 원인인 1번 문제의 해결은 당사들만의 조정만으로는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2, 3, 4번의 해결은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 또는 여유, 의지를 가진 다른 사람을 투입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 역시 당사자들만의 조정만으로 해결될 리는 없다. 예를 들어, 3번의 경우 적어도 B의 판단을 넘어선 우선순위의 조정이 필요하다.

5번의 해결은 다행히도 다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2-3번 정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해결될 일이다. 물론 그래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여러번 작업 요청을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문제들의 다양한 원인들을 해소하는데에 별로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B가 자기가 부탁한 작업을 해주지 않는다고 감정적으로 힘들어하지 말고, 두 번만 부탁하자.

왜 ‘세 번’은 안되고 ‘두 번’만 부탁해야 하는지?

‘삼세번’이라는 말로 대표되듯이 우리들에게 세 번은 심리적인 문턱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세 번이나 부탁했는데도 B가 작업을 해주지 않는다’는 인식은 A의 감정에 영향을 주기가 쉽다. 따라서, 세 번 부탁하기 전에, 즉 두 번 부탁했는데도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의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두 번 부탁한 다음에도 안되면 뭘 해야하는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뭘 할 지도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단 하나 공통적인 것은 A와 B 둘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A에게는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있는 것 같다.

  1. A에게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여유가 있다는 가정 하에, A가 직접 그 작업을 책임지고 수행한다. (이는 A의 역할에 따라서 B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직접 위임하는 것을 포함한다.) 2번과 다른 점은 A가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2. 그 작업이 처리되지 않는 것을 A 또는 B가 속한 조직의 이슈로  다룬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흔히 계층적인 조직이라면 조직장에게 보고하는 것, 수평적인 조직이라면 조직의 이슈를 논의하는 회의체 등에서 해당 이슈를 논의하는 것 등이 있겠다.

보고 체계를 이용하는 것이나 회의에서 이슈로 논의하는 것은 상당한 리소스를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작업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1번 방법을 선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한편, 작업의 크기가 일정 이상 크거나, B와의 협업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 B에게 작업을 부탁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필요해서 –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추정된다면, 2번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번과 2번의 방법을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화적인 증거

연구 등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한 이야기라서 그다지 증거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 모 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모 센터장님이 현재의 팀에서 정의된 업무 영역을 벗어나지만 팀이 장래에 추구할만한 도메인을 소개하면서 해보지 않겠냐고 한 적이 있다. 두 세번 정도 이야기 하셨는데, 사실 팀의 현황 상 또는 개인적인 역량의 부족으로 결국은 실행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지금 돌아보면 그러한 것이 왜 실행되는 낌새도 없는지 답답했을만도 한데, 그런 압력을 느낀 적은 한번도 없다. 훌륭한 넛지라고 생각함.
  •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잘 생각 안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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