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ail을 사용할 때 메일을 읽고 나서 자주 하는 작업이 그 메일에 별을 달거나 그 메일을 지우는 것인데, 두가지가 모두 드랍다운(dropdown) 메뉴에 들어가 있어서 불편했었다. 어쩌면, 로드를 억제하기 위한 기획자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Gmail의 storage에서는 Archive보다 Delete가 비쌀 수도 있겠다.) 요즘 유행하는 불여우 플러그인 그리스멍키의 가장 대표적인 스크립트가 바로 Gmail Delete Button일텐데, 이러한 필요로 인해서, 그리고 그리스멍키를 사용해보기 위해서, 이것을 사용해보았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리스멍키의 아이디어는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파격적이다. 서비스 제공자의 의도 또는 실책으로 인한 조잡한 인터페이스를 스스로 변경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터페이스에 대한 통제권의 분산이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인터넷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점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 그리스멍키가 충분히 확산된다면, 서비스 제공자도 이에 대한 대응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류의 소프트웨어를 막기는 힘들 것 같다. 사실 옛날에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긴 했었다. RSS가 없던 시절 웹페이지를 가공해 뉴스 리스트만 뽑아내는 어플리케이션이 한가지 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은 웹브라우저의 외부에서 동작했을 뿐이고, 그리스멍키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이랄까.
불여우 사용자들은 그리스멍키를 불여우를 찬양하는 도구로 쓰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이 불여우만의 전유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 IE는 오래전부터 플러그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컴포넌트화(as COM component)가 되어있었고 충분히 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는 탭브라우징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불여우 커뮤너티의 개방적인 문화가 그리스멍키의 탄생과 유행을 탄생시킨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불여우라는 플랫폼에 녹아있는 문화적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관심이 있다면, 올블로그의 그리스멍키 주제를 방문해보길 권한다. 그리스멍키가 Wired와 Slashdot에 올라왔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관심을 끌거라고는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낮은 품질의 인터페이스에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