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생일, 유전자가 수상하다!
그리폰북스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21세기 SF 도서관’ 시리즈는, Gardner Dozois가 엮은 SF 중단편 선집인 ‘The Year’s Best Science Fiction: Eighteenth Annual Collection’의 번역판이다. 그 중 첫번째인 이 책에 실린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제목을 선집의 제목으로 하고 있다. (어슐러 르 귄의 팬들이 혹여나 이 책을 빠뜨리지 않도록 말이다.) ‘노간주나무’, ‘항체’, ‘세상의 생일’, ‘구세주’, ‘암초’, ‘보보를 찾아서’, ‘크럭스’의 총 7편이 실려있다. ‘노간주나무’는 달식민지와 QNSA (Quantum Nondestructive Scanner Array)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한 범죄극. ‘항체’는 NP complete 문제의 해결 시점을 배경으로 AI의 종족 보존에 관한 단편. ‘세상의 생일’은 신의 탄생, 신과 신을 칭하는 이들의 전쟁, 새로운 신의 강림(외계인), 그리고 신의 죽음의 과정을 그린 단편. ‘구세주’도 ‘항체’와 비슷하게 AI의 종족보존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암초’는 새로이 개발되고 있는 소행성의 탐사대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신비로운 생명체의 발견에 대한 얘기이다. 영화 ‘Abyss’가 연상되는… ‘보보를 찾아서’는 피부 이식 GPS칩을 통해 노동자/범죄자들이 추적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가족의 화해를 그린 가족극. ‘크럭스’는 핵전쟁으로 대재난이 일어난 후, 타임머신이 학술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시기에, 과거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는 전통적인 내용의 스릴러.
’21세기 SF 도서관’ 시리즈의 두번째 번역물. ‘유전자가 수상하다!’라니, 보통 사람도 흥미로워할 제목일 것 같다. ‘세상의 생일’이 조용하고 사색적이라면, ‘유전자가 수상하다’의 중단편들은 바쁘고 떠들썩하다. 총 8편이 들어있는데, 첫번째 작품부터 ‘스티븐 벡스터’의 ‘오리온 전선에서’이다. 이 작품은, 경쟁을 통한 진화를 하지 않아 평화적이고 비확장적인 외계인과의 전투에 참여했다가, 함선이 파괴되어 외계인의 기지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귀환한 소년병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고스트라 불리는 이 외계인들은 놀랍게도 어떤 실험을 하고 있다… ‘래글태글 집시, 오!’는 트릭스터적인 영웅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유전자가 수상하다!’는 DNA으로부터 원래 주인의 얼굴을 재구성해낼 수 있는 시대(근미래?)의 범죄/형사극이다. ‘빛나는 초록별’은 이 중단편집중에서는 SF에서 가장 거리가 멀면서도 제일 마음에 들던 얘기였는데, 베트남의 서커스단 ‘빛나는 초록별’을 배경으로 아버지에의 복수극을 그린 단편이다. 아마도 ‘베트남’과 ‘서커스단’이라는 이색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화성의 거대한 벽’에서는 보통의 지구인 외에, 뇌에 이식한 칩을 통해 능력을 확장한 종족, 역시 칩을 이용해 모든 감정과 이성을 공유하는 – 초월교감을 가지는 종족(컨조이너인)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밀로와 실비’도 이상능력자의 종족보존에 관한 단편. ‘지옥의 스노볼’은 동물의 유전자로부터 인간의 형상과 능력을 가진 생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 시점에서, 사회와 과학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