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즈매트릭스
Schismatrix by Michael Bruce Sterling
schis-란 분리(split)을 의미하는 prefix이다. 즉, 분리된 상태를 이르는 말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스키즈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인류는 태양계를 정복하였고, Shaper와 Mechanist라는 두 정치 세력이 적대하고 있다. Shaper(조작주의자)는 유전공학(유전자조작), Mechanist는 기계공학(나노기술)을 바탕으로 사회를 움직이며, 수명을 연장한다. 브루스 스털링이 그리고 있는 미래세계는 현재까지의 인류의 역사와는 달리 종교나 경제가 이데올로기의 근원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이데올로기의 근원인 세계이다.
린지는 Mechanist 진영에서 태어나 길러졌지만, 외교관으로서의 특수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 Shaper 진영에서 교육을 받는다. 믿고 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쿠데타에 실패하고 고향으로부터 추방당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린지가 죽음(프리고진의 복잡성 제5단계?)을 맞이할 때까지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린지의 일생은 대부분 sundog으로서의 삶이었고, sundog이 아닐 때도, 오직 생존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고통을 감수하며) 이리저리 자신이 속한 진영을 바꾸는 삶이었다. 결국 린지의 노년에, 인류는 계통 분기에 이르게 되는데, 오랜 인생의 여정 끝에 존경 받는 인간이 된 린지는 새로운 인류(천사)를 창조한 후, 스스로 ‘존재’를 따라나섬으로써 어떤 의미에서의 ‘죽음’을, 어떤 의미에서의 ‘진화’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줄거리를 재미있게 읽으려면, 프리고진의 복잡성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스키즈매트릭스에서 그리고 있는 세계관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부연적인 기술 발전의 상세보다도, 인류의 계통 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즉, 인간의 본성을 보존하는 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어떤 식으로 수렴될 것인가를 개연성있게 표현한 것이 이 소설의 백미이다.
Shaper/Mechanist 세계관, 즉 Schismatrix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Bruce Stering의 소설이 몇몇 더 있다고 하니 번역이 되는 대로 읽어보고 싶다. (단편집에 실린 Sterling의 단편하나는 읽어본 듯 하다. ‘Spider 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