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되돌아보기
별다른 감흥없이 새해를 맞는 걸 보니, 약간은 삶이 건조해진 느낌입니다.
벌써 지난해의 제 생일을 축하해주신 분들, 차분한 새해맞이를 기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고, 모두 환영하고, 제게 꺼내주신 덕담들로 약간은 소진되었을 복들,
제 복까지 덤으로하여 다시 다 돌려드립니다. :)
이쯤되면 원래 지난 해의 정리와 화해, 새해의 각오와 계획들이 제 입에서
털어져 나와야하는 걸까요. 글쎄 약간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워낙에나
제가 무심한 인간이다보니, 새해와의 흥정이 그다지 신경이 안쓰이네요.
허나, 지난 해에 한 일들을 잠깐 생각해보면, 워낙에나 묵중해서 여간해서는
가슴에 와닿지도 않고 어딘가에 팽개쳐두고 다니기에도 뭐하고,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지난해 아니, 재작년 겨울로 막 접어들 무렵에 저는 서울로 왔지요.
작년은 이 적으로 돌리기도 힘든 회사라는 살가운 구석에 적응하는
시기였습니다. 약간은 힘에 부치는 경우도 있었고,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무력한 시기도 있었구요, 마냥 즐거운 때도 있었습니다. 저 자신이 회사원이면서도
회사원의 처지를 속으로는 무척이나 경멸합니다. 왠 학자적 자존심인지 말입니다.
하지만, 회사와 스스로 ‘격리한’ 삶에서 시련이 있을 때, 알게모르게 크나큰
심정적인 지원을 해준 곳은 바로 회사였습니다. 별 기대도 하지 않던 곳에서
말이지요. 회사생활은 제 삶의 일부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미 지나버린 한 해는 어느 정도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시련에도 점수를 붙일 수
있다면 10점 만점에 한 5점 정도일까요.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되었을 사람과
두번이나 헤어졌습니다. 이런 종류의 시련에도 이제 점점 닳아 뭉툭해지고
있나봅니다. 옛날에는 죽을 정도로 아팠는데 말이죠. 그래도 확실히 아프긴
아팠어요. 허둥지둥 극약 처방을 하긴 했지만요. 물론 거기다가 시간이라는
실연의 만병통치약도 아직도 복용중입니다. 가끔씩 심장 부근이 뜨끔 뜨끔
찔려옵니다.
유난히 정치적이었던 한 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치열하지는
못했지만요. 이러다 무정부주의자고 뭐고 다 포기해야할 듯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해방이후 역사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읽었습니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운 것, 대학교 시절에 배운 반쪽짜리 근현대사 말고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란 참으로 슬픕니다. 소설이나 영화가 보여주는
역사가 우리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면 그 대상은 바로 우리나라 국민들
입니다. 어느 분의 MSN 별명에서 이런 말을 보았습니다. “진보주의자는
진보만 하면 된다” (알게모르게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서 죄송하지만)
아니에요. 진보주의자는 진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걸음의 방향을
잘 가늠해서 설정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또 나아갈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배우고 또 실천합시다.
그 외에 SF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어서 저를 기쁘게 해준 한 해,
음악이 제 삶에 충만했던 한 해였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고나서도 어리둥절 사실상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많아서죠. 세상은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재미있는 세상, 행복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그다지 정해놓은 한 해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천천히 정해가렵니다.
딱 한가지 꼭 올해에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는 일입니다.
물론, 남들에게 솔직해지는 차기 프로젝트도 있지만은, 그것까지는 약간 힘들구요.
Cestlavie와 Esoterica가 자유롭게 토론하고 심정을 나누고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한 한 해 되세요.
@ Beatles의 Here Comes the Sun을 들으며..
Frida

“내 인생엔 두 가지 대형사고가 있었어. 차 사고와 디에고, 바로 당신!”
프리다 칼로의 전기 영화로서 당연하게도 프리다 칼로의 삶의 즐거움과 고통을 그리고 있다.
흔히, 여러 곳에서 ‘불륜을 그리고 있는 영화’라고 지칭 될 때마다 짜증스러운 것이, 이 영화의 초점은 프리다의 삶이지 불륜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다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작품에 연결시켜 보여주는 것은 멕시코인의 피부색과 화려한 멕시코 의상이 흐드러지는 화면과 매우 잘 어우러졌다. 여기에, 프리다의 심정에 따라 나오는 라틴 음악은 프리다의 장면장면마다의 내면에 더욱 몰입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프리다의 내면을 직설적으로 얘기하지는 않는다. 프리다의 몸짓(대사보다도!)과 프리다의 작품과 프리다의 노래와 음악으로 얘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을 표현하는데, 약간 부족함이 느껴지기는 한다. 셀마 헤이엑의 연기일까?)
프리다와 디에고의 관계는 상당히 흥미롭다. (프리다의 연인으로 망명한 트로츠키가 등장하긴 하지만, 트로츠키의 유명세외에는 나에게는 인상깊은 관계는 아니었다.) 서로의 작품을 평가하는 친구로서의 관계로 시작하여, 결혼까지 하지만, 디에고의 선천적인(?) 바람끼와 친구로서의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실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들은 사고의 후유증과 함께 프리다의 일생에 걸친 문제로 표현된다. 결국, 디에고는 사랑인지 정인지 뭔지 모를 이유로 프리다에게 돌아오고, 한자리에서 프리다의 첫번째 전시회를 여는 장면에서 영화를 맺음으로써 프리다는 그녀의 대형사고 둘을 모두 극복하는 해피 엔딩을 보여준다. 프리다와 디에고의 관계가 현대 사회의 연애관에서는 그다지 쿨하지는 않지만, 뭐랄까, 이건 전기 영화이고, ‘진짜’의 삶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고, 감동을 준다.
프리다의 삶이나 작품을 너무 표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악평도 있지만, ‘볼 만한’ 정도의 가치는 있다. 반지의 제왕 예매하기에 실패한 사람들은 어차피 볼 영화도 없으니 ‘프리다’나 보시라.
료코, 속도 위반 결혼

http://bbs.enjoyjapan.naver.com/photo/read.php?id=enjoyjapan_4&nid=70736&work=list&st=&sw=&cp=1
일본 연예인 중엔 유일한 팬인 료코가 결혼한단다. 그것도 속도 위반! 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