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Femmes
Ozon의 영화들은 대부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이면에 있는 본성을 드러내어 관객들을 경악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들은 그녀들만의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 약간의 갈등도 보여주지만, 관객들은 대체로 행복해보이는 어느 상류층 가정의 전형을 보게된다. 아버지의 살해 사실이 발견되면서, 전형적인 밀실 살인 사건의 추리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이 때, 그녀들의 살해 동기에 해당하는 비밀스런 사연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이러한 구도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되는데, 사실 결말은 어디선가 본 듯한 클리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진실이, 특히 인간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지는 진실이, 지극히 평범한 주변의 현실속에 숨겨져 있음을 그리고 있다. Ozon은 8명의 여인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들이 한 인간 속에 있음을 나타내려한 것 같다. 8명의 여인들이 각각 표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인간의 욕구들은 매우 비밀스럽고 그 욕구를 달성하기 위한 욕구간의 갈등들은 어떤 기작에 의해 은폐되거나 승화된다. 실제로 영화 속의 8명의 여배우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한편, 인간은 항상 일생에 걸쳐 자신에 대해 알아내려는 노력을 하는데, 그 노력은 거듭되면서 자신의 숨겨진 욕망 하나하나의 사연에도 이르게 된다. 인간이 고통에 몸부림칠 때 자신에 대해 알아내려고 싶어하는 이러한 경향은 극대화되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고심을 통해 비밀스러운 욕구들과 그 갈등들이 의식으로 떠올라,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그러한 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가 될 수도 있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난, (그 탓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치부하고 있다) 자신에 대해서 알아내고자 하는 욕망이 매우 강하다. 끝없이 자신을 탐구하려는 나의 노력도 종국에 가서는 저러한 진실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는 감당해낼 수 있을것인가. 또다른 발판이 될 것인가.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지,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당장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방법론부터 불확실한 단계이긴 하지만, 여전히 난 내 여정의 결말이 궁금하다.
샹송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8명의 여인들이 펼치는 공연은 영화의 또다른 – 뮤지컬적인 느낌을 주는 – 재미다. 음악적인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영화적 상황 – 살인에 어울리지 않는 그 부조리함의 쾌감. 원래부터가 우리 인생이 이리도 부조리하지 않은가.
Virginie Ledoyen의 Mon Amour Mon Ami
Toi Jamais – Catherine Deneu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