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효율성

Invisible Efficiencies (thediff.co)

Byrne Hobart의 뉴스레터에서 Invisible Efficiencies라는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AI 시대가 되었지만, 그러한 성과가 GDP와 같은 경제지표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기사가 간혹 보이곤 한다. 이 글에서는 기술을 통한 높아진 효율이 왜 측정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더 나은 진통제가 발명되었다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를 통해서 생산성이 높아지겠지만, 그 결과는 노동 공급의 증가로 관찰될 것이고, 석유를 발견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개발되었다면, 이것은 석유 공급량의 증가로 보일 것이라는 예시를 인용하고 있다. 즉, 실제로 효율성을 높이는 어떤 기술이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효율성의 증가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서 영향 받을 수 있어서 마치 기술의 영향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어떤 양의 증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그 기술의 효율성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Let’s say someone invents a useful painkiller, and that makes it easier for many people to show up to work and be productive. Output will rise, yet that advance will show up as an increase in labor supply, rather than as an increase in technology or scientific knowledge. Similarly, a new method for discovering oil may boost output, but that will be classified as an increase in oil supply, even though it does properly represent a form of scientific progress.

기술 기업들에 관한 예시도 들고 있는데, Uber나 DoorDash는 원래라면 활용하기 어려운 노동력으로부터 가치를 생산하지만, 이는 노동 공급의 증가로 관찰된다. 또한 이러한 비즈니스의 결과로 발생하는 경제활동들이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의 효율성 증가 – 더욱 적은 시간을 운전하는 것 – 는 경제 관점에서 측정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의 증가로는 관찰되지 않는다.

There are some companies whose economic impact is that they’ve unlocked a previously inaccessible cohort of workers. Uber and DoorDash have made it so that someone who can work in increments of a few hours at a time, with an unusual and inconsistent schedule, can still earn money. […]
[…] To the extent that users of these products are using some of their extra time to work, and are earning enough to justify it, there might be a marginal productivity impact. But again, it’s showing up in the wrong place: higher labor input gets measured, but less time spent driving to and from Chipotle in your own car is not part of measured economic output, so it won’t show up in productivity per hour.
None of this is truly a problem with GDP, since GDP does a surprisingly good job of what it’s trying to measure. But what it’s really trying to measure is the scope of the taxable economy; it’s impractical to assess a sales tax on the markup in value between a home-cooked meal and its ingredients. […]

따라서, 이 글에서는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에 의한 거시적인 생산성 향상의 증거를 찾으려고 할 때는 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각의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만약 제품이 편리하고 누군가가 그 제품을 통해서 – 생산성 향상분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 돈을 벌고 있는 동시에, 모두가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면, 데이터로 관찰이 되지 않더라도 생산성 향상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 So if you’re looking for broad-based productivity gains from the deployment of efficiency-improving technologies, focus on anecdotes over data: if the product is convenient, and someone’s making money from it, then there are two possibilities: either it’s unsustainable because one or more participants are getting a bad deal, or it’s a productivity gain in disguise.

이 글은 경제적인 데이터나 지표의 한계에 대해서 논하고 있지만, 좀 더 일반화를 해 볼 여지는 있는 것 같다. 효율성 개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찾으려고 할 때, 깊은 고민 없이 거시적인 데이터나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데이터나 기준에 실질적인 효율의 개선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그러한 경우에는 효율의 개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개별 사안을 분석해보되, 이를 다시 데이터나 기준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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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과 Autonomous Agent에 대한 단상

The image is captured from Andrew Ng’s talk: What’s next for AI agentic workflows.

최근에 지인들이 모인 디스코드에서 얘기했던 생각들을 퇴근길에 정리해봤다.

1. LLM에 컴퓨팅과 데이터를 때려넣으면 성능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한계효용 체감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계속 있어왔고, 그러한 경쟁조차도 치열한 접전이 되었다. 이번에 GPT-4o의 초점이 달라진 것을 보면 그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러고나서 GPT-5가 짜잔하고 나올 수도 있지만…)

2. Auto-Regressive LM의 본질 상 planning과 reasoning에 한계로 인해 현재의 기술만으로 singularity는 달성되지 않을 듯하다.

3.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LLM weights와 fine tuning 도구들은 commodity가 되었다.

4. 현재 ChatGPT 등은 스마트한 information retrieval 도구이고 엔터프라이즈에서 이러한 일을 대신 해주는 회사들도 많다.

5. 우리의 일을 최소한의 관여로 대신해주는 것에 관한 것은 아직 충분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는 특정한 영역에 대해 autonomous agent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현재의 LLM capability와 실제 세상과 연결하기 위한 복잡다단한 엔지니어링, 요소마다 최적화하기 위한 모델들을 조합하고 제품 다듬기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면, 어떤 영역의 일반 작업들에서는 충분한 매력이 있는 제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예를 들어 Andrew Ng의 agentic workflow)과 스타트업들(코딩을 완전 자동화했다는 주장..)은 이미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빌드해서 실제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의문스럽고, 아마도 실패할 수도 있고 매우 힘들겠지만, 그래도 빌드하는 과정은 인생을 한번 걸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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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 Things: 불확실성

올해의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여러가지 사업 기회나 제품의 방향성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다루어진다. 어떤 것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논의되어오고 그동안 중요하게 고려되어온 것들도 있다. 하나하나의 아이디어들을 보면 모두 좋은 기회들과 고객에게 전할 수 있는 가치들이 숨어있다.

이어서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이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이 어떠한가, 마일스톤 내에 가능한가와 같은 의견들이 개진된다. 물론,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가정 하에 어떤 것들은 실행가능해보인다. 어떤 것들은 그렇지 않다.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거나, 마일스톤 내에 성공이라고 부를만한 충분한 진척을 내기 어렵거나, 결코 녹록치 않은 경쟁 환경인 경우들이다.

그러한 기준들을 통과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매우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된 회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여기서 많은 아이디어들은 ‘불확실’하다. 아마 누구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사업이나 제품 방향성이 완벽하게 실행이 되었을 때, 100%의 확률로 구체적인 기한 내에 구체적인 매출이나 이익을 낼 수 있을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실은 50%의 확률로 그러하다고 장담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자리로 돌아와서 모호하게 표현된 가능성에 대한 의견들을 수치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한다.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된 회사 목표에 대해 잠시 눈을 감을 수는 없는가 생각을 한다. 좋은 아이디어들은 많이 있다. 분명히 회사의 가치에도 제품의 품질이나 고객의 만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숫자는 잠시 무시하고 가장 커다란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에 ‘도전’할 수는 없나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곧이어 짧은 기간의 성공 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다면, 어떻게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에 주어진 자원을 모두 투자할 수 있는지, 또한 장기에 걸친 실행 자체도 구체적으로 표현된 마일스톤 없이는 위태로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어렵다. 아마도 모든 회사의 대부분의 사업 기회들과 제품 아이디어들은 그러할 것이다. 기회들과 아이디어들은 대개 제어할 수 없는 요인들과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아이디어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그에 대해서 동의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훌륭하다고 말하는 아이디어에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걸고 헌신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 만큼이나 용기도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그 둘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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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 파트 2

IMAX 극장 갈만한 시간을 찾다가 차라리 그만한 작품이라면 두번 볼 요량으로, 동네 극장 심야상영을 저렴하게 보고 왔다. 아내가 여행간터라 휴가를 쓴 터라 평일이지만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듄 시리즈가 예지력과 정신훈련, 인간 컴퓨터와 같은 소재를 사용하는 소설이다보니, 원작에는 내적 대사가 상당히 많은데, 이를 드러내기 위해서 내적 대사를 다른 인물이 말하도록 한 장면들이 많이 보였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대부분일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폴의 의지에 대한 챠니의 입장을 반동으로 설정한 것 같아서 마음에 많이 걸렸다. 조금 더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기 위한 각색 정도로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또한,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시카의 영향력이 많이 축소된 점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폴의 여동생 알리아를 대변하는 것 같은 장면은 없었던 것 같은데 줄곧 대변자 정도로만 행동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원작에 대비한 인물들의 중요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세계관과 이어지는 상당히 많은 부분들 – 정치적인 이해 관계와 생존을 위한 프레멘의 문화, 생명의 물에 관련한 요소 – 을 한정된 시간 안에 이토록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듄 1권의 후반에 해당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대단원에 해당하는 전투와 결투, 검투사 시합 등이 들어갔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영화로 만들었을 때도 대중들을 만족시키기 좋은 요소라고 생각했다. 대규모 전투도 멋있는 비주얼의 장비들과 웅장한 음악, 있음직한 전개로 상당히 만족스럽게 그려졌다.

인물들의 모습들에서 의외였던 것 중 하나는 페이트 로타였다. 소설 속에서는 준수한 외모이지만 잔인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하코넨의 주요 인물들과 대중들은 모두 대머리..로 잔인한 성격을 외모에 반영함과 동시에 전체주의적인 하코넨 사회의 모습을 간명하게 그리려고 한 것 같다.

반대 의미로 의외였던 것은 비중이 높아진 이룰란 공주의 복장들이 많은 공을 들인 것처럼 참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듄의 메시아에서는 이룰란 공주의 역할이 좀 더 늘어나는 만큼 후속 작품도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에서 폴은 자신이 예지하고 선택한 미래에 대해 회의와 책임, 결심을 반복하는데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무앗딥만의 고뇌로 그려진다. 그러한 고통 하에서도 지속적으로 위안으로 삼는 곳은 챠니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렇기에 챠니와의 사랑이 싹트는 장면에서 폴이 챠니의 다른 이름인 “시하야”를 부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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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ficial Condition: The Murderbot Diaries

머더봇 다이어리 2권, Artificial Condition을 읽었다.

1권의 사건 이후로 일종의 자유를 얻게된 머더봇은, 처음으로 자신의 목적에 따른 여정을 떠나게 된다.

회사의 소유는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SecUnit이 홀로 다닌다는 것은 인간들에게 커다란 위협이다. 인간사회로부터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 흥미롭고, 결국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간들과도 어울릴 수 있게 된 점으로 인해 시리즈의 후속편들에서 여러가지 전개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머더봇이 ART (Asshole Research Transport)라고 부르는 연구용 수송선과 티격태격 대는 장면들이었다. 드라마를 함께보며 신뢰를 쌓고 서로의 의도를 알아채고 행동을 하는, 인간으로 말하자면 우정을 쌓으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1권과 마찬가지로 2권의 사건도 격렬한 전투로 마무리가 된다. 마치 액션 영화를 한편 본 느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의 범위가 크게 넓어지면서, 머더봇이 설명하는 인간들의 모습이나 네트워크와 봇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모습이 꽤나 있음직하고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이후의 이야기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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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부: 삼체 문제

류츠신의 삼체 1부를 읽었다.

삼체 세계라는 3개의 항성을 가진 행성의 문명과 인류가 조우하는 이야기를, 삼체 게임을 통한 삼체 세계에 관한 설명, 문화혁명으로 시작하는 예원제의 비극적인 삶, 과학자들의 자살 사건으로 시작하는 미스테리와 충돌이라는 3가지의 흐름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던 이야기는 예원제의 이야기였다. 문화혁명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과학자 아버지를 잃고 자신도 반동분자의 자식으로서 정신적인 고통과 고초를 겪는다. 과학자로서 예전에 했던 연구를 의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서, 양탄일성과 함께 시작된 국가 프로젝트의 격리된 시설에서 외롭고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예원제의 이야기는, 소설의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국가 또는 대중의 개인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개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정치적인 관념이 과학을 지배할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어, 이 소설의 주인공과 주제는 예원제의 삶이 아닐까 생각했다.

삼체 문명과의 조우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일반해가 없다고 증명된 삼체 문제를 몬테카를로 방법으로 풀려고 사도한다든가, 우주엘리베이터에 사용될 수 있는 강도를 가진 나노 소재 연구라든가, 소립자의 차원을 조작해서 직접회로를 만든다든가 하는 SF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즐길만한 소재들도 상당히 많이 활용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적인 소재에 대한 설명을 줄이고 좀 더 인물들의 생각과 대화에 좀 더 비중을 두었다면 이미 훌륭한 작품이 더욱 훌륭한 SF 고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맺음말에서도 오히려 과학적인 소재에 치중하는 중국 SF계의 유행을 벗어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임을 알고나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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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계절

N. 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3부작의 1권인 다섯번째 계절을 읽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세 갈래의 이야기가 각각의 강렬한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 속의 세상과 삶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배우고, 절반 정도에 이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놀라움은 끊이지 않습니다.

주인공들과 이 세상의 사람들은 (우리와 별 다를 것 없이) 고통 한가운데에서도 한 줌의 평범한 삶과 자유를 구합니다. 주인공들이 욕지거리를 하거나 그저 침묵으로 말을 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때에도 깊이 감정이 전해졌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세갈래의 이야기가 만나며 이제서야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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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셜록 홈즈와 같은 추리소설에서 흔히, 독자들은 사건의 상황과 이를 둘러싼 인물들을 파악하는데에 집중하고 이윽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지라고 생각할 무렵, 탐정은 독자들이 거의 신경을 기울이지 못했을 법한 사소함으로부터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논리를 통해 결론을 짓는다. 글래스 어니언에서도 ‘세계 최고의 탐정’은 비슷한 일을 해낸다. 하지만 글래스 어니언과 추리소설들과의 차이는 탐정이 근거를 제시하는 것들 중 일부는 시청자들도 이미 함께 봤던 것이라는 점이다. 함께 보고 함께 들었는데도 난 그냥 지나쳤고 탐정은 거기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의 묘미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전체 이야기에서도 매우 독특한 상황과 역시 독특하고 다양한 인물들, 화려한 장소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탐색하고 파악하느라 바쁜 와중에, 이미 사건들은 모두 발생했고, 그조차도 탐정의 계산 하에 있었다는 전개는 추리소설 특유의 재미를 한껏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탐정은 뻔뻔하게 나의 관할은 사실을 찾아내고 그 정보를 경찰이나 검찰에게 제공하는 것까지라는 말을 반복한다.

한편으로는, 나의 삶에서도, 어떤 사람의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나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빠지지 않고,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한 모습과 사실에 기초한 진정한 이해를 추구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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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마지막에 고려하세요

규칙과 규칙에 대한 보상과 벌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조직에서 어떤 부정적인 행동들이 관찰될 때 매니저로서 즉각적으로 드는 생각은 규칙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경우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하는 방법이다.


‘9시 – 6시를 근무시간으로 한다’라는 규칙을 가진 회사를 가정해보자.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 늘 그렇듯이 9시보다 늦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정시에 회사에 도착하려고 지하철역에서 뛰어왔지만 1분 늦어버린 사람, 그래도 아침에 맛있는 커피는 필수니까라고 생각하며 카페에 들르다보니 9시 10분에 도착한 사람, 어젯밤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새벽까지 회포를 풀다보니 늦잠을 자버려 10시가 좀 지나서 출근한 사람.

약 20%의 사람들이 한달간 1번 이상 9시 정시 출근을 지키지 않았다. 반대로 정시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20% (전체의 16%)는 늦게 출근하는 사람들로 인해 업무에 방해가 되거나 또는 불공평함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조금 보수적인 회사의 인사부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9시 정시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고려하다가 그 해의 인사고과에 정시 출근 여부를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한달 동안 시스템에 기록된 출근 시간 중에서 9시 이후인 시간이 한 번 이상 있다면 인사부서에서 매니저와 본인을 대상으로 규칙 위반을 통지하고 이는 인사고과에 반영될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정시 출근을 지키지 않던 그룹이었던 20%의 80% (전체 중 16%)가 정시 출근을 지키기 시작했다. 다만, 규칙을 지키기 시작한 20%-80% 중에서 다시 80% (전체 중 약 13%)는 다시 규칙을 지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칙에 대해 불만이 생겨났다. 살다보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고와 실수로 인해 10분 늦는 것에 대해 너무 과도한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아침마다 반드시 등교를 돕고 빠듯한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 출근을 하는데도 이러한 불이익은 너무 가혹하다는 논리를 폈다. 반대로, 그래도 정시 출근을 지키지 않던 그룹이었던 20%의 20% (전체 중 4%)의 출근 지연 시간은 평균 10분에서 평균 20분대로 더 늦어졌다. 어차피 불이익을 볼거라면 별 차이가 없지 않냐는 논리였다. 한편, 정시출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었지만, 정시출근을 원래부터 지키던 80% 그룹 내에서도 20%의 사람들은 자신이 혹시라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꼈고 그것이 불만으로 이어졌다.

여러가지 경로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들은 인사부서는 규칙을 조금 개선하기로 했다. 10분 지각까지는 경고를 하되 한달간 3회 누적이 되면 원래 대로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다시 규칙을 지키기 시작한 그룹 중에서 80%는 실수로 인한 위험이 줄어들어 어느 정도 만족을 했지만, 그 중 20%는 불만이었다. 그 이유는 다양했는데, 여전히 오는 경고 이메일은 두렵다는 것, 10분 이상의 지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한 불안, 3회 누적 시 불이익은 여전히 너무 강한 불이익이라는 것 등이었다. 정시 출근을 원래부터 지키던 80% 그룹 내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불만이 줄어들었다고 대답했지만 여전히 그들 머리 속에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었다.

임원진으로부터 너무 불이익을 주는 방법만 생각하지말고 정시 출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인사부서는 또 고민을 하게 되었다. 3년 동안 정시 출근을 빠짐없이 한 직원들을 개근 표창하고 보너스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어차피 정시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에 3년 개근을 달성하는 것은 약 64%가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보너스 액수도 적을 수 밖에 없었다. 64%나 받는 표창이기에 어떤 뿌듯함 같은 것은 없었다. 어차피 정시 출근을 지키지 않던 그룹은 이 액수를 보고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반대로 정시 출근을 하던 그룹의 사람들에 대해서 지각을 할 것 같으면 휴가를 사용하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돌았다.


‘9시 출근’이라는 어떤 회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어떤 규칙을 사례로, 어떤 규칙을 지키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그런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이야기 식으로 풀어보았다. 어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규칙을 더 많은 사람들을 지키도록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당근과 채찍을 동원하고, 규칙 그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과 채찍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 당근에 대한 효과와 공정성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발생한다.

사실 우리들이 모든 일에 대해서 규칙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잘 생각해보면, 실은 어떤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 여러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정당한지를 설명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도록 하고 싶은 것이 대부분이다. 더 좋은 단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통 ‘규칙’ 대신 ‘가이드라인’이라는 단어를 쓴다. 가이드라인이라면, 일부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방식의 행동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길을 열어놓아야 할 때도 있다.

물론, 규칙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같거나 비슷한 행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있다. 하지만, 규칙이라고 해도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발생할 것이다. 처음에 규칙이 만들어질 때는 모두의 합의에 기초를 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또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늘어나면 규칙이 유명무실해 지므로, 일정 비율 이하로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칙을 보상과 벌을 이용해 제어하려는 생각도 가급적이면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을 규칙으로 제어하려고 하면 위에서 본 것처럼 규칙을 만드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 모두가 그 규칙에 얽매여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한다. 규칙에 대해 많은 제어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려들이 필요한 것 같다.

  • 먼저,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지키기 힘든 규칙이어서는 안된다.
  • 가능하다면 규칙의 설계 상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실수는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
  • 규칙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작은 위반들은 그냥 눈감아주되 정상적인 상태로 올 수 있도록 가벼운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 규칙의 목적에 반하는 매우 커다란 위반들에 대해서도 규칙을 만들지 말고 하나의 예외로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방식으로 규칙을 만들 때 나는 ‘정책’이라는 단어를 쓴다. ‘정책’은 조직을 운영해나가려는 의도를 통해서 조직의 방향을 제시해 사람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고,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포용하면서 논의를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는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 매니저 역할을 경험하면서 명확한 규칙과 엄정한 실행이 답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기에, 새롭게 매니저 역할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아침에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결국은 더 많은 규칙이 더 효과적인 조직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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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Impression of Edge Browser in iPad

오랫동안 Chrome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었고 모든 북마크가 Chrome에서 동기화되어 관리되고 있기에, iOS기기에서도 Safari 대신 Chrome을 써보려고 최근 몇달간 노력하고 있었다. 한편, 데스크탑에서 가볍게 브라우징 하는 용도로 Edge를 써봤더니 메모리 사용량도 적어 보이고 UI도 깔끔해 보여서 별 생각없이 아이패드에도 설치해서 사용해보았다. 그 결과, 아이패드에서 Chrome 브라우저를 사용할 때 불편했던 포인트 몇 개는 알 것 같다.

새 탭 열기

아이패드 Edge에서는 새 탭을 여튼 버튼의 위치가 항상 가장 오른쪽에 있어서 탭할 곳이 항상 일정하다. 마지막 탭 오른 쪽에 새 탭 버튼을 배치하는 아이패드 Chrome에 비해서 조금 더 편리한 것 같다.

데스크탑에서는 새 탭을 열 때는 브라우저에 관계 없이이 키보드나 마우스로 하니까 문제가 없는데, 터치 UI에서 비교적 자주 해야하는 일을 스크린의 안쪽에서, 그리고 매번 다른 장소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한 UI인 것 같다.

한편, 아이패드 Edge는 키보드 숏컷(Cmd+T)을 아직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새 탭에서 검색 또는 URL 입력

아이패드 Chrome의 중앙에 있는 검색 UI에 입력을 하면 위쪽에 URL바가 나타나서 입력을 이어가도록 한다. 물론 실제로는 키보드를 입력하면 되니까 손가락을 사용하는 위치는 달라지지 않지만, 봐야할 곳이 전환되는 것에는 영 적응이 안된다.

아이패드 Edge도 동일하게 동작하는 중앙의 검색 UI가 존재하지만, 새 탭을 열자마자 URL바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익숙한 URL 바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훨씬 나은 것 같다.

이 글을 적으면서 테스트하다보니, 아이패드 Chrome에서도 감춰져있는 URL 바 위치를 탭하면 URL 바가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 외에도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당장은 아이패드에서 Edge 브라우저를 좀 더 활용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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